"'170조 돌파' ETF 한눈에 비교 필요…플랫폼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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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학회·자본연 공동 정책심포지엄상장지수펀드(ETF) 비교 플랫폼을 만들어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장 규모가 순자산 기준 17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투자자들이 운용보수 외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ETF 시장 유연성을 위해 리브랜딩과 액면분할·병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 세미나 토론 세션에서 "수익률에 미치는 여러 요인을 투자자가 효과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TF 수익률 영향 요인, 개인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김 위원은 이날 행사에서 국내 ETF 투자자 권익 강화에 초점을 맞춰 상품 비교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는 "투자자들 자신이 어떤 특징을 가진 상품에 투자했는지 파악하고, 그 선택이 최적의 선택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예탁결제원을 통해 ETF 비용과 수익률을 유형별로 비교할 수 있지만, 정보도 제한적이고 인터페이스도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ETF 닷컴, ETF DB 닷컴 등 상품 비교 툴을 투자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명목 보수, 괴리율 등 암묵적인 비용도 제시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운용사가 ETF로 유의미한 경영성과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볼 때 (플랫폼 신설을 위해) 유관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플랫폼을 신설하자는 주장에 대한 패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동산본부장은 "증권사 등 판매사를 통해 투자자들은 ETF를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 새로 만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관련 서비스를 위한 자료가 필요하다면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코스콤 ETF 체크 플랫폼을 활용하면 4대 보수, 거래 비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최근 개인 투자자들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정보를 쉽게 얻고 있다. ETF 투자 시 관련 비용 등을 고려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 위원은 ETF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ETF 신상품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제도는 혁신성이 인정되는 ETF를 출시할 경우 다른 운용사가 곧바로 베끼지 못하도록 6개월간 저작권을 인정하는 제도다.그는 "후발주자의 혁신성을 보호해주기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 신상품 보호제도의 활용도가 낮다"며 "독창성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고, 정성 평가보다 정량 평가를 강화해 실용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ETF 상장 심사를 유연화해 운용사가 적기에 신상품을 출시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투자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ETF도 주식처럼 액면분할과 병합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토론에 앞서 진행된 주제발표에서도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최수정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ETF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투자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개별 ETF의 차별성 부족으로 오히려 투자자들이 선택하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이어 "ETF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괴리율, 추적오차, 수수료율 등 일원화된 공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TF 가격 관련 정보는 한국거래소, 상세 보수율 관련 정보 등은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각각 제공해 한 눈에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 교수는 “ETF 수수료율을 인하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을 모두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매매호가 스프레드(Bid-Ask Spread) 확대나 환헤지 여부 등 보이지 않는 비용 등을 충분히 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 ETF 보수율은 하락했지만, 액티브·파생형은 높아져"
'ETF 시장의 상품구조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한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초자산형, 시장대표지수형 등 전통적인 ETF 보수율은 하락하고 있지만, 파생형·액티브 주식형·테마형 등 비전통적 ETF의 보수는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권 위원은 쏠림현상도 경계했다. 기초자산 가치가 급락하면 자산운용업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유행 상품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운용사 간 마케팅 경쟁이 과도한 것이 아닌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품에 내재된 위험과 비용 등을 투자설명서에 담을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번 세미나는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심포지엄이다. 국내 상장된 ETF는 932개, 시장 규모는 170조원(순자산 기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운용보수율 인하 경쟁, ETF 베끼기, 좀비 ETF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