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윤여정도 숨죽여 바라봤다…"해외서도 보기 힘든 명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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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19일 오후 4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입구에는 늘 그렇듯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을 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 관람객 그룹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윤여정 배우,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조민석 건축가와 뇌과학자 정재승, 김수철 작곡가 등 각계 명사들의 모임이었다.
관객 5만명 돌파 눈앞
구름 인파 속 각계 명사들 '눈길'
이부진, 실레 명작들 촬영 삼매경
"국내에 이런 전시 있다는 것 감사"
윤여정, '수풀 속 여인' 앞 멈춰서
"빈 분리파 대표작 모여" 입소문
韓 명화전시 중 평점 압도적 1위
시간대별 최대 수용인원 꽉 채워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한 뒤 줄을 서 있던 이들은 전시장에 입장한 뒤 각자 관람객들 사이에 섞여 조용히 작품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감상했다. 윤여정 배우는 클림트의 ‘수풀 속 여인’ 앞에 오래 멈춰섰다. 오디오 가이드를 착용한 이부진 사장은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을 비롯한 실레의 작품들을 오랜 시간 관람하며 휴대폰으로 작품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관람이 끝난 후 이 사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측에 “너무 좋은 전시다. 이런 전시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 시간 넘게 전시를 관람한 이들은 조용히 박물관을 나와 흩어졌다.
○“해외 나가도 못 볼 전시”
얼굴이 잘 알려진 명사들이 이처럼 일반 관람객들 사이에 섞여 단체로 전시를 관람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대중의 관심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시가 드물기 때문이다. 원체 해외 출장이 잦아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 직접 명작을 관람할 기회가 많다는 이유도 한 몫한다.그럼에도 이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개막식 때 전시를 본 김홍남 관장이 "전시가 좋다"고 호평했고, 이에 윤여정 배우가 관람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개막 행사에도 좀처럼 국내 전시 개막식에서 보기 어려운 숱한 명사들이 참석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홍라영 전 리움미술관 부관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 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비엔나전에 대한 명사들의 사랑이 이토록 뜨거운 건 그만큼 작품과 전시 구성이 전례 없이 탁월한 수준이라서다. 미술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빈 분리파 화가들의 ‘진짜 대표작’들을 볼 수 있다고 일찌감치 명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실레의 작품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한국 전시에 지금 나와 있는 컬렉션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작품을 빌려준 레오폴트미술관이 실레 컬렉션으로는 단연 세계 최고인 데다,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실레의 대표작들을 아낌없이 대여해 줬기 때문이다. 해외에 직접 나가서 보는 세계적인 미술관의 웬만한 전시보다 수준이 높다는 얘기다.
○20일만에 관객 5만명 돌파
눈 밝은 관람객들이 몰린 덕분에 이번 전시는 유례 없는 수준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관람객 수는 19일 기준 4만9000여명. 20일에는 5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달 30일 개막 후 불과 20일만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별로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을 매일 모두 채우며 세운 기록이다.관람객 만족도도 높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설명을 휴대폰에서 볼 수 있게 온라인 전시 설명 페이지를 구축하고, 시간별 입장 인원을 제한해 비교적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게 한 점 등이 호평받았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뒷 사람에 떠밀려 가야 하는 다른 전시와 달리, 사람은 많았지만 찬찬히 작품을 하나하나 볼 여유는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관람 만족도는 지금 열리고 있는 대형 명화전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다른 전시(3.49~4.23점)에 비해 높은 비엔나전 포털사이트 전시 평점(4.4)이 증명한다.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수요일, 토요일 야간개장 시간(오후 6~9시)에 보면 비교적 여유롭게 예매 및 관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