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시장 기능 왜곡"…양곡법 등 6개법안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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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탄핵 불사' 압박에도 결정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과 관련해 19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발생할 부작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
"국가 미래 최우선으로 생각"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의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그러나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양곡법 개정안 등 ‘농업 4법 개정안’을 통해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할 것”이라며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막대한 재정 부담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어떤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로 돌아가는 6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韓 "재정 부담·자유 침해"…6개法 부작용 조목조목 반박
"양곡법·농수산물 유통법 시행땐 과잉생산 부추겨 시장 기능 왜곡"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9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각 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부연 설명했다.이날 한 권한대행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 6개 중 4개는 농어업과 관련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쌀 가격이 평년보다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까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 실장은 “양곡법이 시행되면 매년 1조원 이상의 재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1조원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쓸 수 있는 기회비용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채소나 과일 등 특정 농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는 농산물 가격 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도 양곡관리법과 마찬가지로 특정 농산물의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한 권한대행은 지적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농어업 분야에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를 본 시설을 복구하기 위한 비용뿐만 아니라 재해 때문에 망친 작물을 기르는 데 들어간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한 권한대행은 “국가가 재해 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농어업 분야에서 재해가 발생해 농어업인이 보험금을 받더라도 보험료율을 할증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은 농어업인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결국 민간 보험사들이 농어업인의 보험 가입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한 권한대행도 “보험료가 재해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칙에 반하고, 재해위험도가 다른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율이 적용돼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방 실장 역시 “민간의 보험시장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조문이 너무 많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증인 및 참고인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영업비밀 혹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 개정안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고, 개인의 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법안에 대해 “한국에 기업의 극비 정보가 새 나가게 돼 전 세계에 정보가 퍼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예산안 자동 부의제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도병욱/양길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