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전력망법…탄핵 유탄에 올스톱 위기

뒷전으로 밀려난 기업 법안

반도체특별법, 겨우 한 차례 논의
용인 반도체 산단 착공 지연 우려
전력망 확충법도 논의 미뤄져
AI 등 첨단산업투자 차질 불가피

업계 "비쟁점 법안부터 처리를"
비상계엄·탄핵 정국에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 등 국가 경제에 직결되는 법안 논의가 사실상 멈췄다. 연내 통과가 가능할 것처럼 보인 법안들도 국회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산업계에선 ‘비쟁점 법안이라도 우선 처리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전력망법 논의 재개하나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상임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산업계 법안 대다수는 소위원회 논의 일정도 못 잡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본법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법 정도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 오는 30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및 첨단산업 지원의 근간이 되는 각종 전력·에너지 법안도 국회 문턱에서 줄줄이 막혔다. 반도체산업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지난달 21일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것이 전부다. 당초 9일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하려고 했지만,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고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결국 열리지 못했다.

그간 여야는 반도체산업 보조금 지원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 반면 법안에 담긴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예외)’ 조항을 두고 견해차를 보여 조속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반도체, AI 등 국가첨단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력망 확충법도 9일 논의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법안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전력망 인허가 절차를 앞당기고 예산·기금 등을 건설 비용과 지역 주민 보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야 간 법안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연내 통과가 유력했지만 정국이 바뀌며 불투명해졌다.

○해풍법·고준위방폐법은 불투명

다만 여야 지도부에선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확충법의 조속한 논의 재개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첫 회동을 하고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두 법안이 거론되면서 소위 일정이 조만간 잡힐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여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당 대표들이 언급한 두 법안은 일정만 잡히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두 법안 외에 업계에서 시급한 경제 법안으로 꼽는 법안들은 여전히 논의가 불투명하다. 국가 주도로 해상풍력 발전지구를 지정하고 정부가 각종 협의 및 인허가 과정을 지원하는 해상풍력특별법,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이격거리를 합리화하는 등 지원 근거를 담은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고준위특별법 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조선업계의 숙원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선박’을 추가하는 법안도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가 멈추며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조세소위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법안이다. 업계에선 “정부 지원을 업은 중국의 맹추격으로 기술 격차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며 조특법 개정을 통한 세제 지원 등을 요청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무쟁점 법안은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며 “그래야 대외적으로도 한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