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환율방어 위해 이틀간 150억弗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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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통화가치 급락브라질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가치 급락에 따라 줄지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스탠스로 돌변하면서 신흥국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양상이다.
헤알화 가치 끌어올리기 역부족
인도 심리적 저항선 85루피 뚫려
"중앙銀 개입 단기효과 그칠 것"
19일(현지시간)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환율이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6.3헤알을 돌파(헤알 가치 하락)하자 30억달러(약 4조원)를 시장에 투입했지만 헤알 가치를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추가로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입해 헤알화 환율을 2.4% 하락시켰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최대 70억달러(약 10조원)를 다음날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헤날 환율이 요동치면서 증시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이셰어즈 MSCI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공매도 잔액은 1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은행 크레디아그리콜(CACIB)은 “투자자들이 브라질을 포기했다”고 진단했다.인도 중앙은행 역시 루피화 환율이 사상 최고치이자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85루피를 돌파하자 강력한 구두 개입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국영은행을 통해 달러를 매도했지만 환율은 달러당 85루피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쿠날 소다니 신한은행 인도법인 부사장은 “달러당 85.5루피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루피아화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프레드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경제학자는 “Fed의 매파적 기조가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손발을 묶어놓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통화 약세의 배경에 미국 달러 강세가 있는 만큼 중앙은행의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다”며 “달러 강세에 맞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자국 통화 약세를 감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신흥국들의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브라질은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이던 재정적자가 올 들어 약 10%로 치솟았다.
JP모간은 “재정 우려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브라질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