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2400 붕괴…동시다발 악재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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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8거래일 만에 장중 24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 급락,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미국 증시 선물·옵션 만기일 도래에 따른 경계감 고조 등 미국발 악재가 연일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20일 코스피지수는 1.30% 하락한 2404.1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35% 급락한 668.31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이 이날 국내 증시에서 9070억원어치를 팔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우울한 금요일…외국인 9070억 팔았다
美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에…강달러·반도체 시황 악화 부담
20일 증시가 장중 2400선 밑으로 주저앉은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에 따른 충격파가 여전한 가운데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감, 고환율, 반도체 업황 우려 등 복합 악재가 한꺼번에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이 돌아서긴 어렵지만 최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2400선에서 하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전날 급등한 미 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는 이날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56%, 달러 인덱스는 108.5선까지 상승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쉽사리 진정되지 못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더 견조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달러화가 더욱 강해질 거라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는 부담”이라고 말했다.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23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840억원 등 총 907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3558계약어치를 순매도해 기관투자가의 현물 매도(-882억원)를 자극했다. 외국인이 이번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2조원어치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78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 의회에서 임시예산안이 부결되면서 미 연방정부가 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20일 미국 증시의 ‘네 마녀의 날’(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 주식 선물과 옵션이 동시에 만기를 맞는 날)까지 예정돼 투자자의 불안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마이크론의 실적 예상치 발표에 이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5세대 D램 메모리 반도체(DDR5)를 양산했다는 소식까지 겹치자 국내 반도체주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SK하이닉스는 3.71% 하락한 16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단기간에 외국인의 수급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추가 급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안 부결 여파로 종가 기준 2400선이 붕괴했다. 하지만 이튿날 바로 반등에 성공한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경기가 좋은 미국 증시의 최근 하락세는 일시적 조정”이라며 “미국 시장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동조화 경향이 큰 한국 시장도 지금보다 크게 빠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