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안이한 생각이 우리 몸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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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전 세계적으로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는 술에 취하지 않는다는 뜻인 ‘소버(sober)’와 궁금증을 의미하는 ‘큐리어스(curious)’가 합쳐진 신조어로 음주를 멀리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주류 소비량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주류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술을 한창 즐기던 나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맥주로 유명한 독일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을 꺼리면서 “2023년 독일 내 맥주 판매량이 1993년 판매량 대비 25.2% 줄었다”라는 통계청 보고가 나왔다.
(Warum ich keinen Alkohol mehr trinke)
독일 과학저널리스트가 쓴 책
소량의 알코올도 몸에 안 좋아
‘한 잔의 술’도 안 마시려 해야
이런 분위기는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바스 카스트(Bas Kast)가 쓴 <내가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 (Warum ich keinen Alkohol mehr trinke)>는 지난 12월 중순 출간되자마자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 최상위권 목록에 올랐다. 저자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소량의 알코올이 우리 신체와 정신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밝히면서, 심장에 좋다는 레드 와인 한잔이라도 당장 끊어야만 하는 이유를 소개한다. 알코올이 우리 체내에서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특히 어떻게 노화를 가속화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술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잔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생각과 습관이 우리 몸을 망치고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서 암 환자가 늘어나는 것과 알코올 흡수과정 사이에 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려준다. “수십 년간 나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습니다. 술은 나의 문화와 일상생활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알코올이 나에게 이로운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2년 전부터 나는 완전히 술을 끊었습니다.”
책은 저자의 경험을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양학 전문가로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섭취하고 건강을 위해 이롭다는 것들을 거의 모두 실천하고 있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정신적 위기에 시달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고 식전주로 꼭 와인 한잔을 마시던 습관을 갖고 있었던 그는 최근 알코올의 해악에 대한 과학 논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술을 끊어야만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술을 마시지 않으면 ‘건강 수명’이 늘어난다. 단 몇 주만 술을 멀리해도 우리 신체와 정신은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기 이전의 온전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술을 끊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술을 끊으면 이미 손상된 뇌세포조차도 다시 회복된다.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향상된다. 술을 끊을 때 생기는 세 번째 이점은 ‘숙면’이다. 저녁에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더 빨리 그리고 깊이 잠들 수 있고, 좋은 기분으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해오면서 사람들에게 몽롱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알코올. 하지만 ‘한 잔의 술’조차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계속 마셔야만 할까? 100쪽가량의 얇은 분량의 이 책은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며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굳은 결심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소구하며 ‘시즌 상품’으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