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황석영·텍스트힙… 경사 가득한 올해 출판계 '10대 뉴스’

2024년 출판계 10대 뉴스
놀라운 소식이 가득했다. 연초부터 소설가 황석영의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서울국제도서전 흥행,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경사가 이어졌다. 출판 시장은 상시 불황이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찾았다. Z세대 사이에선 책 읽는 모습을 자랑하는 텍스트힙이 유행했고, 전 연령층에 걸쳐 필사 열풍도 불었다. 한국 소설의 영상화도 잇달았다. 출판계엔 희망이 싹튼 한 해였다.
1.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처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상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서점가에선 ‘한강 열풍’이 불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책이 베스트셀러를 점령했다. 5일 만에 100만부 넘게 팔렸고, 인쇄소는 밤새 책을 찍어내야 했다.
2. 황석영,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황석영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영어로 번역된 책 중에 수상작을 가리는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서구에서 보기 힘든, 한국에 관한 포괄적이고도 총체적인 작품”이라 평가했다. 한국 작가 책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 벌써 다섯 번째.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았고,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 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3. ‘정부 지원 없는’ 서울국제도서전 흥행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다툼 속에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도제서전이 정부 지원 없이 열렸다.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출협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5일 동안 열린 도서전에 15만명이 찾아 지난해 13만명보다 2만명 늘었다. 올해도 20~30대가 도서전을 많이 찾은 것이 흥행을 도왔다.
4. 13년 만에 새 장편소설 낸 김애란
김애란은 ‘젊은 거장’으로 통한다. 단편을 통해 탁월한 문장과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런 그가 13녀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펴내자 온 이목이 쏠렸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김애란은 “성장이란 시점 바꾸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5. 서점가 휩쓴 클레어 키건
지난해 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국내 출간 됐을 때, 열렬한 반응은 없었다. 출판사 다산책방조차 잘 팔릴 것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언급한 후 인기가 치솟았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독자들이 2024년 ‘올해의 책’ 1위로 꼽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최근 킬리언 머피 주연의 영화로 개봉하며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6. 텍스트힙에 빠진 Z세대
20대인 Z세대 사이에서 ‘책 읽는 것은 멋지다’는 텍스트힙이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책 읽는 모습, 책 표지, 책 속 문장 등을 찍어 올린다. ‘과시용 독서’라는 힐난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출판계도 반색하고 있다. 문학동네가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홍대에 단 3일 연 팝업스토어 카페 ‘뮤지엄 카프카’엔 600여 명이 몰려 상품이 일찍 동났다.
7. 출판물 세액공제 논의
출판계에서 영화처럼 세액공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책과 같은 출판 콘텐츠 제작비 중 일정 비율을 출판사가 납부하는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등 한국 출판업이 세계 무대에서 계속 성과를 내면서 탄력을 받았다.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8. ‘손으로 직접 쓴다’…필사 열풍
책 속 문장을 손으로 직접 쓰는 필사가 유행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문해력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텍스트힙과도 맞물렸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와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상반기에만 100여 종의 필사 책이 출간됐다.
9. 한국 소설, 스크린을 사로잡다
한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많이 개봉했다.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가 동명의 영화로 극장에 걸렸다.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공개됐다. 영상화 가능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한국 문학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세랑 장편 <시선으로부터>, 김초엽 단편 ‘스펙트럼’도 영상화가 되고 있다.
10. 쇼펜하우어 등 철학서 인기
새해 벽두부터 쇼펜하우어 열풍이 불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7개월 가까이 베스트셀러 20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15종이던 쇼펜하우어 관련 책 출간은 올해 51종으로 대폭 늘었다. <초역 부처의 말> 같은 불교 서적,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쉽게 풀어낸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등도 주목 받았다. 고된 현실 속에 위로와 통찰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