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합리적인 인간의 '기대'가 경제적 의사결정 좌우

합리적 기대와 거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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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와 관련해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경제학에서 다루는 전통적 내용에 대해 모두 살펴봤다. 국가 차원의 경제 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경기변동과 경제성장이다. 경제학자들은 국가경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경기변동의 최소화와 지속적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경제학자들은 경기변동이 발생하는 이유, 경기변동을 줄이는 정책,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 저성장을 극복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국가경제를 다루는 거시경제학을 체계화해왔다. 1970년대부터는 거시경제학의 핵심 주제로 ‘경제주체의 미래에 대한 기대(expectation)’를 추가시켜 경기변동과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시도가 이어왔다. 경제 연구에 기대라는 것이 포함된 건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에 영향을 받아 경제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는 ‘기대’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기대의 유형

expectation은 일반적으로 예상이나 예측을 뜻하지만 경제학에서는 기대라는 표현으로 통용된다. 이 글에서도 기대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겠지만 문맥상 예상이나 예측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경우도 많으니 유의하면서 읽기 바란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기대를 갖고 행동한다. 경제적인 행동이나 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1970년대부터 기대를 포함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이전에는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행동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1970년대를 전후로 나누는 건 미래에 대해 기대하는 방식을 경제학자들이 다르게 인식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의 기대를 ‘합리적 기대’라고 하고, 그 이전의 기대는 ‘정태적 혹은 적응적 기대’라 부른다.

정태적·적응적 기대

합리적 기대와 정태적 혹은 적응적 기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보다. 합리적 기대는 과거의 정보는 물론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지만 정태적 기대와 적응적 기대는 오직 과거 정보만을 이용한다. 정태적 기대와 적응적 기대에도 근소한 차이는 있다. 정태적 기대는 바로 이전의 정보만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적응적 기대는 아주 오래전 정보라 할지라도 필요하다면 모두 활용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합리적 기대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미래 상황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임금협상을 하는 노동자라면 앞으로 물가가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하고,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지금이 아닌 향후 주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처럼 미래를 예상해보는 것을 기대라고 한다.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적절한 방법으로 활용해 미래에 대한 기대를 만드는 걸 말한다. 하지만 합리적 기대를 하는 것이 미래를 완벽하게 예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측에서 한두 번 실수할 수는 있어도 똑같은 실수를 거듭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기대의 특징이다. 예측오차가 언제나 ‘0’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측오차의 평균이 0이 된다는 의미다. 합리적 기대를 하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하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있다. 합리적 기대는 몇 번의 틀린 예측을 토대로 실수를 줄이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 주부터는 미래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거시 경제 현상에 미치는 효과를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의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중앙대 강사
합리적 기대를 하는 것이 미래를 완벽하게 예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측에 있어서 한 두 번 실수할 수는 있어도 똑같은 실수를 거듭하지는 않는 것이 합리적 기대의 특징이다. 예측 오차가 언제나 0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측 오차의 평균이 0이 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