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아이유도 당했다…"불똥 튈라" 쉬쉬 하는 이유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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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표현' 꺼리는 국내 연예계우리나라는 유독 유명인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데 소극적이다. 정치인 가족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는 더욱 부정적인 시선이 쏠린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다소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해외와 상반된 분위기
"'쉬쉬'하는 분위기 바뀌어야"
이달 초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유명 방송인들이 정치적 표현을 했던, 안 했던 진보·보수층 지지자에게 제각기 철퇴를 맞았다. 임영웅, 차은우, 김이나, 이채연, 이승환 등이 대표적이다. 시위 현장 근처에 먹거리를 미리 결제해둔 아이유(본명 이지은)도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민주당의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 자리를 두고 접전을 펼친 가운데, 미국 유명 스타들은 각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스스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쪽에는 가수 리 그린우드, 프로 골퍼 브라이슨 디셈보,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배우 멜 깁슨, 데니스 퀘이드, 전직 미식축구 선수 브렛 파브, 미 종합격투기 UFC의 회장 데이나 화이트 등이 공개 지지에 나섰다.
해리스를 공개 지지한 연예인으로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레이디 가가,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리 아일리쉬, 에미넴, 스티비 원더, 아리아나 그란데, 카디 비, 존 레전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지 클루니, 앤 해서웨이,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있었다.유명인이 정치 표현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으로 정치인의 가족이 광폭 행보를 펼쳐 유명 인플루언서가 된 경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받는 그의 손녀 카이 트럼프다.
지난 10월 말 개설한 그녀의 유튜브 채널은 벌써 60만명의 구독자를 모았으며 9개 남짓의 동영상에도 채널 총조회수가 2537만회에 이른다.
외신은 유명인의 정치 활동을 주로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대중의 표심을 살리는 등 정치적 관심도를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한 당일, 미국 유권자 등록 사이트에 평소보다 10배 이상의 접속자가 몰리기도 했다.
미국 내 반응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NBC방송 등 외신은 카이 트럼프의 유튜브 채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 사이에서 "트럼프 가족들의 (정치적) 간섭이 선을 넘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립'이 미덕인 분위기…바뀌어야"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유독 정치적 의사 표현 측면에서 경직된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리나라가 유독 '정치적 중립'을 이상적인 가치로 여기는 배경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할 경우 반대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 때문"이라며 "개인의 정치색을 다 같이 드러내는 식으로 양지화하면 정치색을 이유로 배척하는 문화가 오히려 없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경우 공무원까지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뚜렷하게 밝힌다"며 "상대방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상호 간 의견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연예인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소극적이다"라며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대중의 인기와 직결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갈수록 정치적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어 공인이 쉽게 정치색을 드러내기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려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