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피해자인데"…여행사·PG사에 티메프사태 '연대책임' 물었다

소비자원 "판매사 90%, PG사 30% 환급" 결정
미환급 대금 약 135억원
"높은 분담비율 이해하기 어려워" 반응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도 피해를 봤는데 너무 많은 부분을 부담하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티몬·위메프(티메프)사태에 여행업계와 전자결제대행사(PG)가 결제금을 돌려주라는 집단조정 결과가 나왔다. 미정산 사태 5개월 만에 나온 권고안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행업계는 소비자원의 결정서를 통지받지 못했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삼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이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강원지원에서 티메프 사태에 따른 여행·숙박·항공 상품 집단분쟁조정 결정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티몬·위메프(티메프)가 미정산한 여행·숙박·항공 관련 상품에 대해 결제 대금 100%를 환급하고, 판매사들은 결제 대금의 최대 90%, PG사들은 최대 30%를 연대하여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책임 범위 내에서만 환급을 요구할 수 있고, 합산 최대 100%를 넘을 수 없다.

결제 대금이 100만원인 경우 판매사에 최대 90만원, PG사에는 10만원을 환급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PG사에 30만원(30%)을 청구한 경우 판매사에는 70만원(70%)까지만 요청할 수 있다. 판매사에게 90만원, PG사에게 30만원을 받아 총 120만원을 받은 경우 결제 대금보다 초과하는 20만원은 반환해야 한다.

지난 8월 초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총 9004명이다. 조정절차 진행 과정에서 이미 환급받았거나, 신청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신청이 취하된 신청인 등을 제외하면 8054명이다. 미환급 대금은 약 135억원이다.소비자원의 조정안에 이해관계자가 모두 동의하면 조정이 성립되고,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조정이 성립되면 소비자들은 환불받을 길이 열리는 셈이다. 단, 티메프가 조정안에 대해 수락하는 경우 법원의 회생절차 진행 중으로 즉시 대금환급은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 신고 등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다. 판매사나 PG사 중 한 사업자만 조정을 수락할 경우 수락한 사업자의 환급 책임 범위(판매사 90%, PG사 30%) 내에서 해당 사업자에게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추가 절차가 없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분쟁조정위원회는 판매사 및 PG사에 각각 해당 피해자와 결제금액 목록이 담긴 결정서를 연말까지 발송한다. 당사자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보름 안에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한다. 여행업계는 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서를 받지 못했다며 받는 대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시민들이 서울 삼성동 위메프 사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태 발생 당시 직장인 여름휴가가 몰린 시점으로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여행사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정상적으로 일정 진행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번 분담 비율은 너무 높게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조정위원회의 결정서를 받으면 그에 따라 수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 같다"면서도 "내부에서 검토를 하겠지만 수용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티메프 정산금 지연 사태는 지난 7월 직장인들의 본격적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벌어지면서 여행객 피해가 집중됐다. 당시 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피해자"라고 입을 모았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데다 출발일이 임박한 상품을 정상 출발시키며 추가 손실을 감수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보상안을 마련해 대응했지만, 이 역시 여행사가 책임을 떠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주요 여행사는 티메프 사태 직후 출발일이 임박했던 7월 상품까지는 취소·재결제 없이 출발을 보장했다. 또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취소 후 재결제하는 경우 포인트로 보상하는 등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비자 피해를 줄여보고자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출발 보장, 포인트 환급, 수수료 면제까지 했지만 고객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