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협의체 '4두 체제' 가닥…탄핵정국 헤치고 순항할까

멤버 구성·의제 선정 변수…'헌법재판관 임명·특검 거부권' 관건
국정안정 대의 앞 협치 물꼬 틀지 주목…연내 민생법안 처리도 기대
국민의힘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여야정 국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협의체 출범과 운영 과정에서 여러 과제가 산적했다는 전망이 나온다.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을 정치권이 일치단결해 수습하고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협의체 구성과 의제 등 세부 사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서다.

협의체는 우 의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자 등 '4두 체제'가 중심이 돼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는 기구로 작동할 전망이다.

우선 협의체 구성과 관련, '한덕수·우원식·권성동·이재명' 체제와 '한덕수·우원식·권성동·박찬대' 체제를 두고 물밑 기 싸움이 오가고 있다.국민의힘은 협의체를 통해 입법 등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여야 원내대표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국 수습 등 보다 거시적인 논의를 위해 당 대표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우 의장은 협의체 '킥오프' 때에는 이재명 대표가 참여하되, 추후 정책·입법을 논의하는 운영 과정에선 박찬대 원내대표가 멤버로 들어가는 일종의 중재안을 양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협의체의 빠른 구성을 위해선 중재안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국민의힘은 기존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지만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다.

의제 문제도 협의체 가동의 변수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입장차가 뚜렷한 현안이 많아서다.국민의힘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내년도 본예산 조기 집행과 함께 현재 공석인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임명 등을, 민주당은 민생·경제 입법 요구 및 추가경정예산 연초 편성, '내란 특검법' 등의 공포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국민의힘은 추경 조기 편성 및 내란 특검법 등엔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새 장관 임명에는 부정적이다.

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문제도 협의체의 순항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을 미루거나,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곧바로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라, 협의체가 출발하자마자 파행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단 협의체만 가동된다면 연내 민생 법안 처리 등 성과가 차례로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민생 법안 70여건을 재추진하자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불법 사채 금지법,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및 골목상권과 지역경제 지원 관련 법안 등이 거론된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를 한 양곡관리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법안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우 의장이 제안한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에 여야 의원 외교단 파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장실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협의체 구성 합의만 되면 금명간 협의체를 띄울 수 있다"면서 "당장 26∼27일께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최대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 공히 국정 위기 해소를 외치고 있는 만큼 이전과 같이 대치만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정부·여당만으로는 각종 정책을 이끌어가기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생·경제·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으로 국민과 기업에 긍정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민주당 관계자도 "국정 안정을 위해 여야가 다 내려놓고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파탄 난 민생 살리기와 국제 신인도 회복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