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 강세 타고 브라질로 몰리는 아르헨티나 여행객

아르헨 페소, 브라질 헤알 대비 강세
국내 세 자릿수 인플레에…해외 구매력 증가
브라질 온 아르헨 관광객, 전년 대비 32%↑
아르헨 국내 관광지는 한산…10월 방문객 30%↓
지난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남성이 제트스키를 타고 있다. 사진=EPA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브라질 헤알화 대비 강세를 보이며 브라질이 아르헨티나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인들은 국내에서는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강세를 띠고 있는 페소 덕분에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늘어난 상황이다. 올해 아르헨티나의 물가는 110% 이상 급등했지만, 페소 가치는 21%만 하락했다. 페소는 브라질 헤알화 대비 10년 만에 가장 유리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는 브라질 등 통화 가치가 비교적 저렴한 국가로 여행을 가는 일이 잦아졌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에 따르면 올해 아르헨티나 여행객의 브라질 관광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해외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할인 혜택과 추천 관광지에 대한 기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여행 웹사이트 데스페가르는 브라질 관련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고가 관광지로 알려진 우루과이도 아르헨티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며 아르헨티나 여행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루과이를 방문한 아르헨티나 여행객 니콜라스 고메즈(37) 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아이스크림 하나 사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이번에는 맥주 한 잔 값이 아르헨티나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우루과이 카르멜로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새해맞이 행사 티켓의 절반 이상이 아르헨티나인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우루과이를 연결하는 페리의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표도 모두 매진된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반면 아르헨티나의 국내 관광지는 점점 더 한산해지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동부에 위치한 빌라 헤셀의 한 호텔은 여름철 평균 80%의 예약률을 기록하던 것과 달리, 올해 여름 예약률은 30%로 급감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의 영향으로 국내 여행객뿐만 아니라 해외 방문객 수까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INDEC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제 방문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경제학자들은 페소의 상대적 강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관광 불균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