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필수품 HBM 테스트 소켓…ISC "양산 임박"

ISC 김정렬 대표 인터뷰
실리콘러버소켓 생산 주력
2027년 매출 5000억 도전
"부품 넘어 종합 소부장 도약"
김정렬 ISC 대표가 판교 본사에서 AI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소개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반도체 기업은 개발과 양산과정에서 전기신호 테스트를 반드시 거쳐 불량 여부를 확인한다. 이 때 쓰이는 부품이 반도체 테스트 소켓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 대기업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면 후공정 분야 부품 중 하나인 테스트 소켓에서는 아이에스시(ISC)와 리노공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고무 소재인 실리콘러버소켓 생산이 주력인 ISC는 전세계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강소기업이다. 지난 20일 판교 본사에서 만난 김정렬 ISC 대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위한 테스트 소켓 양산이 임박했다”며 “비용과 효율을 따져봐야겠지만 내년 1~2분기에는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소켓 테스트 실현되면 HBM 생산성 향상

전 세계 인공지능(AI)용 데이터 센터에는 미국 엔비디아 AI 가속기(AI 모델의 연산을 빠르게 하는 반도체)가 90% 이상 들어간다. HBM은 AI 가속기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HBM을 위한 테스트 소켓은 시중에 나와있지 않다. HBM을 테스트하려면 현 단계에서는 소켓 대신 프로브카드를 써야한다. 프로브카드는 전공정이 완료된 반도체 웨이퍼의 기능을 테스트하는 부품이다. 반면 소켓 테스트는 패키징 이후 제품을 실제 사용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진행된다.소켓 테스트가 가능해지면 패키징 후 결함 검출 능력이 강화돼 HBM 양산 단계에서 비용이 줄어드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동안 걸러내지 못했던 HBM 오류를 ISC의 소켓이 잡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ISC의 양산이 시작되면 HBM 관련 후공정 분야까지 패권을 대만에 내주지 않고 앞서나가는 것이다.

ISC는 2004년 세계 최초로 실리콘러버소켓을 양산했다. 선발 주자 답게 전공정 100% 내재화했을뿐 아니라 핵심소재의 원천기술 특허도 여럿 갖고 있다. 방열이 강한 것도 경쟁력이다. 김 대표는 “칩에서 열이 많이 나오면 제대로 동작을 안 하는데 자체적인 방열 솔루션을 갖춘 덕분에 고객사 수율 안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반도체 기업을 넘어 실리콘밸리의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은 ISC 소켓을 쓰고 있다.

초기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AI 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소켓 매출 비중이 85%에 이른다. 이 중 북미를 비롯한 해외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후공정 소부장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정렬 ISC 대표가 판교 본사에서 자사 반도체 테스트 소켓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美에 연구지원 센터로 고객 밀착 대응

ISC의 생산 거점은 베트남이다. 주 52시간 규제에 묶여있는 국내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2교대와 추가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김 대표는 “납기가 짧은 산업 특성 상 양산 수주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며 “2026년까지 베트남 공장 공정자동화와 증설 등에 5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ISC는 지난 7월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세웠다. 챈들러시는 인텔이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곳으로 삼성전자, TSMC 공장과도 가깝다. 김 대표는 “애리조나 지원센터에 대해 고객사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내년에는 텍사스, 미시간, 싱가포르 등으로 넓혀서 고객사와의 실시간 소통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ISC는 지난해 10월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C에 인수됐다. ISC는 반도체 소재와 부품,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SK엔펄스와 유리기판을 개발하는 앱솔릭스 등 SKC 자회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2000억원 전후 수준인 연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 핵심이다. 김 대표는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소켓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소켓 부문 생산 능력을 2배 늘리고, 테스트 장비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반도체 후공정 종합 소·부·장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1352억원, 영업이익은 373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50% 늘었다.

김 대표는 2003년 ISC 창업 일원으로 합류했다. ISC가 인수한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소켓 2위 기업 일본 JMT 대표를 역임했고, 2018년부터 ISC를 이끌고 있다.

성남=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