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을 녹여 신시장 만들어내는 '용광로'가 있다

예술가에 첨단 기술 소개하고
창업부터 투자·유통까지 지원
눈길끄는 예경 '아트코리아랩'
지난 9일 열린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오리엔테이션.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고 이들이 제대로 만나면 거대한 시장이 생겨났다.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빚어내는 폭발력을 연구하는 실험실이자 지원센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와 기업의 협업을 돕는다. 단순한 중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작품을 만들고 유통하고 투자를 받는 전 과정을 살펴준다.

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7개 선도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모였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짚어보는 행사였다. 참석자들은 올해 성과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많았다.올해 오픈이노베이션에선 미디어아트, 디자인, 사운드 등 미술과 음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과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결합한 사업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아티스트 그룹 ‘프로젝트 팀 펄’과 호텔롯데 롯데월드 부문이 손잡고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 아쿠아리움 하노이에서 선보인 ‘까옹의 바다(Sea of Ca Ong)’가 대표적이다. 현지 전설인 고래신 까옹의 이야기를 증강현실(AR) 도슨트로 구현했다. 동양화가부터 생명과학 전공까지 다양한 출신의 융합예술가가 모인 프로젝트 팀 펄이 3차원(3D) 모델링,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만든 AR 전시솔루션을 통한 인터랙티브 전시로 관람 몰입도를 높였다. 정혜주 프로젝트 팀 펄 대표는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미대를 나온 예술가도 산업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오디오가이는 공간음향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사로, SM컬처파트너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스테레오 음원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포스트모던음악학과를 전공한 소리 전문가인 최정훈 대표가 이끄는 오디오가이는 NCT드림 공연 실황을 공간음향 사운드로 제작하는 작업에 참여했다.교보문고는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사운드울프와 교보문고 광화문점 아트스페이스 공간에 체험형 소리를 전시하는 사업을 계획했고, 아모레퍼시픽재단은 AI 딥러닝 기술 등을 다루는 나인앤드와 생물다양성 관련 문제의식을 젊은 예술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아트 프로젝트 ‘젠가 #1’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현대리바트는 미술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델로와 자사 캐릭터 IP를 활용한 페이퍼 토이를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예경은 아트코리아랩에 영세 예술기업을 입주시켜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19개 기업이 입주했는데 1년 새 투자 유치액 130배 증가, 프로젝트 계약·실행 건수 10배 증가 등의 구체적 성과가 나고 있다.

김장호 예경 대표는 “예술가들이 창업하고 시장을 이해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은 재정적 안정으로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예술가들이 공연부터 미술까지 창작의 영역에선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지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했다.유승목 기자

예술경영지원센터·한국경제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