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 2기의 해상물류 전략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도널드 트럼프의 복귀로 전 세계가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모색에 분주하다. 해운 분야는 어떨까. 외견상 해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비하다. 세계 해상 물동량에서 미국의 비중은 5% 정도이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해상 물동량은 1.4%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파급 효과가 작은 것은 아니다.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동량은 거의 컨테이너로 운송되는 공산품이고 미국에서 수출하는 화물은 곡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벌크화물이다. 따라서 컨테이너 화물은 컨테이너선이, 벌크화물엔 벌크선과 LNG 전용선이 사용된다.트럼프의 관세 정책 시행으로 세계 교역이 축소될 것은 확실하다.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내년 3월 이후 상황을 봐야 한다.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서 밀어내기식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과열되고 운임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열기가 가라앉으면 적잖은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질 전망이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2019년 이후 40% 정도의 신조선이 건조돼 시장에 투입된 탓에 선복 과잉이 심각하다. 수에즈운하 통행이 제한돼 항해 거리가 40일씩 늘어난 영향 등으로 선복 과잉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정기선 해운 운임이 견조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전에 일어나는 물동량 급증이 해소되면 선복 과잉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해운 시장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운임이 일정 선 이하로 급락하면 노후선 등 비경제선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머스크, MSC 등 대형 선사는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신조선으로의 대체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 한국 HMM(구 현대상선)은 2019년 조선 불황으로 그 당시 최저가격에 건조돼 투입된 선박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24000TEU급 대형선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외국 주도 선사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선복량은 110만TEU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글로벌 차원에선 중소선사에 불과하다.새로운 선박을 건조할 때는 해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선형을 심사숙고해 선정해야 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미·중 교역이 위축되고 중국과 유럽연합(EU)의 교역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처럼 대량의 공산품을 중국에서 미국, 유럽으로 옮기는 운송 방식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는 여러 국가에서 미국을 대상으로 한 소량의 화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 루트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대형 컨테이너선보다는 1만TEU 정도의 중형 또는 그 이하의 소형 컨테이너선이 더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선대를 늘린다면 대형선은 지양하고 중소형 선박으로 증강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제는 남보다 빠른 정세 파악으로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성과 이를 지원하는 해운 정책의 유연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