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직격탄' 맞은 원전주…2.8조 수주 잭팟에도 내리막

한수원 국제 컨소시엄
루마니아 원전 사업 따내

두산에너빌·한전KPS
희소식에도 주가 하락

"정권 리스크 우려 과도"
국내 원전주가 루마니아발 대규모 사업 수주 소식에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탄핵 정국 직격탄을 맞으며 해외 조 단위 계약이 주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공식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전주의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1.57% 내린 1만7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4일 연고점(2만2450원)을 기록한 후 21.74% 하락했다. 한전KPS(-0.94%), 한전기술(-0.55%), 비에이치아이(-4.59%), 우진엔텍(-2.98%) 등 주요 원전주도 이날 일제히 내렸다. 현대건설(-0.19%)처럼 원전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 주가 역시 약세를 나타냈다.한국수력원자력 주도 국제 컨소시엄이 루마니아에서 이뤄낸 조 단위 계약이 이날 장에서 아무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19일 컨소시엄 측과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는 2조8000억원 규모의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리모델링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시공에는 두산에너빌리티, 한전KPS, 현대건설 등 협력 업체가 참여하기로 해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됐지만 되레 주가가 꺾인 것이다.

지난 7월 체코 원전 수주 당시와는 대조적 흐름이다. 당시 한수원 컨소시엄이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원전주는 일제히 폭등했다. 대장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4월 기록한 연저점(1만4320원) 대비 55.38%까지 오르기도 했다. 올해 원전주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 수주 계약에 관한 학습 효과가 생긴 시점이다. 지난달에도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원전 공사 계약에 따라 원전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공식이 루마니아 수주 건에서 깨진 원인으로는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지목된다. 원전주는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부진했다. ‘탈(脫) 탈원전’으로 선회한 윤석열 정부 들어 주가가 반등했지만 탄핵 가능성에 다시 움츠러든 것으로 해석된다.전문가들은 다만 정권 리스크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평가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다시 탈원전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작다”며 “독일을 제외한 글로벌 대부분 국가가 원전을 확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부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전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꾸준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