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만 보태면 되는데…"여보, 전세살이 탈출해볼까"
입력
수정
지면A23
전셋값 강세 현상 지속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1년6개월 이상 이어진 전셋값 강세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같은 면적 기준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 가치는 높지 않지만 전세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신혼부부 등이 선호하는 비교적 새 아파트 중에서도 전셋값에 1억원가량만 더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단지가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구로구 항동 '중흥S클래스'
전용 84㎡ 매매가 6.3억
전세 최고가는 6.2억
강남 대치 '우정에쉐르1차'
전용 71㎡가 7.2억에 손바뀜
전세는 6.5억…7000만원차
학군지 중심 전세가율 치솟아
갭투자보다 실거주 수요 주목
전셋값, 매매가 추월 단지도
2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전셋값과 매매가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서울 중소형 아파트는 주로 구로구, 금천구, 은평구 등에 몰려 있다. 지난 10월 이후 거래된 매매·전세 물건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분석한 결과다.구로구 항동 ‘중흥S클래스베르데카운티’는 10월 전용면적 84㎡(11층)가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전셋값 최고가(10월 거래)는 6억2000만원으로 10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419가구 규모의 단지로, 2019년 말 준공한 비교적 새 아파트다.금천구 독산동 한신아파트는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10월 전용 89㎡(7층) 물건이 4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같은 달 전세 최고가는 4억5000만원(8층)에 달했다. 1991년 준공한 아파트(1000가구)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2차’ 역시 층수 차이는 있지만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전용 59㎡(3층) 물건은 4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한 달 전 같은 면적 전세 최고가(5억원·13층)보다 1500만원 싼 것이다. 현재 호가 기준으로 전셋값에 1억~2억원가량 더하면 급매 물건을 사들일 수 있다.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자이더포레스트’는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10월 전용 59㎡(6층)가 7억1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전세 최고가는 7억원(25층)이었다. 불과 100만원 차이다. 2021년 입주한 신축 아파트로, 959가구 규모다. 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이 단지 인근에 있다.강남권에도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가 일부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강남구 역삼동 ‘우정에쉐르1차’는 전용 71㎡(15층) 물건이 10월 7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어 지난달 같은 면적이 6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7000만원 수준이다. 2004년 준공한 단지로 지하철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과 가깝다.
“갭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7.7%로, 2022년 12월(67.3%)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세가율은 작년 8∼9월 65% 초반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1년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올 10월 53.9%에서 11월 54%로 0.1%포인트 상승했다. 구별로는 강북구(62.6%), 중랑구·금천구(62.0%), 성북구(61.4%), 관악구(61.2%), 은평구(60.8%), 서대문구(60.1%) 등의 전세가율이 60%를 넘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42.3%), 송파구(45.0%), 서초구(46.7%) 등 강남 3구는 전세가율이 50%에 미치지 못했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82주 동안 상승세를 보인 뒤 지난주 보합(0.0%)을 기록했다. 다만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을 제외하고 학군지 및 역세권 등 선호 단지에서는 여전히 전셋값이 오름세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실거주 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다만 금융권의 대출 규제 기조 등이 이어지고 있어 ‘갭 투자’(전세 끼고 매수) 목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분간 아파트 거래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집값 하락 가능성도 제기돼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경우도 과거처럼 ‘묻지마 투자’보다는 당장 입주가 어려운 매수자가 갈아타기 목적으로 집을 사두는 사례가 많다”며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은 매수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