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제 탄핵' '인사 불가'…도 넘는 한 대행 흔들기, 국정 마비 바라나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내일까지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라고 압박했다. “요구를 듣지 않으면 즉시 책임을 묻겠다”(박찬대 원내대표)고 했다. 특검법 공포를 미루거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쓰면 탄핵하겠다는 압박이다.

특검법 공포 및 거부권 시한은 다음달 1일인데 민주당이 서두르는 속셈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을 조속히 끌어내겠다는 정략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한 대행으로선 민주당 요구를 무작정 따를 수 없다. 법리 등을 따져보는 것은 한 대행의 의무다. 더욱이 두 특검법은 특검 추천을 모두 야당이 갖도록 해 헌법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배할 소지가 있다.민주당은 “총리가 탄핵돼도 후순위(국무위원)가 직무대행을 맡게 돼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총리가 탄핵되면 헌법상 국무회의 최소 인원인 15명으로 줄어 정부 마비가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법정 거부권 기한마저 무시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선제 탄핵한다고 한다. 이런 무지막지한 횡포가 어디 있나.

민주당의 한 대행 흔들기는 이뿐만 아니다. 고위 공무원과 공공기관 인사 임명도, 승진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안보와 치안 불안정을 감안하면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은 시급하다. 공공기관 인사도 올스톱되는 바람에 업무 공백이 크다고 한다. 국정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사까지 막는 것은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한 원내 과반 정당답지 않은 단견이고, 월권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행의 의무라면서 다른 다급한 인사에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기편의적이다. 한 대행을 꼭두각시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 민주당이 하나같이 일방통행하니 여야정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이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