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이사하는 사람 유독 많이 보였는데…이유 있었다 [돈앤톡]

임대차법이 바꾼 거래 생태계…'7월 이사철' 부상
"매매·임대차 거래량 특정 월에 몰리지 않아" 반박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년 중에 이사를 가장 많이 하는 철이 있냐고요? 예전엔 봄, 가을에 많았어요.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요."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부동산 공인중개업을 한 공인중개사 A씨는 "2020년 새로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7월 유독 이사가 많이 몰리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통상 이사 철이라고 하면 신학기가 시작되는 1월 내지는 2월, 특히 2월을 대목을 봤고, 날씨가 풀려 활동하기 좋은 봄이나 가을이 대표적인 이사 철로 꼽혔습니다. 특정 시점에 이사 건수가 최대를 찍었다는 등 정량적인 통계는 없으나 업계에선 이 같이 받아들여졌죠.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엔 대체로 7월을 전후로 이사 철이 몰리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의 설명입니다.

강동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2022년 7월엔 사실상 '2+2'(전세 계약 2년+연장 2년) 때문에 전세 매물이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일단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7월을 기준으로 잡고 집을 보러 다니는 실수요자가 꽤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연구원은 "임대차법은 이사 시즌 자체를 확 바꿔놨다"며 "최근엔 겨울에 이사가 적어지고 봄에도 잠잠하다가 여름에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이 보인다. 임대차법에 변화가 생기지 않은 이상은 '7월 이사 철'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거래량을 들어 '7월 이사 철'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기준 매매가 가장 많았던 달은 7월로 9220건이었지만, 전세의 경우 1월이 1만3798건으로 가장 활발했습니다. 작년엔 매매의 경우 6월이 408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세는 2월이 1만6078건을 기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매매나 전세 거래가 특정 월에 몰린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올해 7월에도 임대차법 4년을 맞아 전셋값이 더 치솟을 것이라고 봤지만 계약 만료가 7월에 몰리지 않고 다른 달로 분산하면서 전셋값 오름세가 덜 하지 않았느냐"고 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임대차법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문재인 전 정부 당시인 2020년 7월 시행됐습니다.

시행 이후 세입자 보호보다는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원래는 2년이던 전세 계약 기간이 추가로 2년 더 늘어나면서 시장에 전세 물건이 사라졌습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다보니 전셋값이 뛰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격에도 큰 변동이 생겼습니다. 바로 이중, 삼중 전셋값이었는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 17층은 2021년 7월 보증금 8억61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같은 날 15층은 13억7000만원에, 직전 달인 6월엔 13층은 11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죠. 같은 면적, 비슷한 층인데도 가격대가 8억·11억·13억원으로 쪼개진 것입니다. 이 밖에도 단순한 집 계약을 두고 집주인이 세입자와 법정에 서는 등 크고 작은 영향이 있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임대차법은 시장에 안착했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에선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임대차법을 폐지하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폐지론은 사실상 힘을 잃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임대차법 폐지가 답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차법에 오류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미 시행 4년이 지나 시장에 안착한 상황"이라며 "갑자기 법 시행 이전으로 되돌린다면 시장이 다시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또 다른 전문가 역시 "진통을 겪고 일단 자리를 잡은 만큼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먼저지 폐지한다면 또 다른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