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머스크에 대통령 양도…그런 일은 안 일어난다"

미국 정치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의회 문턱을 넘은 예산안을 무산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커져서다. 민주당은 머스크가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공격했고, 공화당은 머스크의 활동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 주최의 '아메리가 페스트 2024' 행사에서 머스크를 칭찬하고서는 "그가 대통령직을 가져가는 게 아니다"라면서 "난 똑똑한 사람을 두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그는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여러 거짓말을 해왔다며 얘기하면서 "새로운 거짓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에 대통령직을 양도했다'는 것인데 아니다, 아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난 안전하다. 왜 그런지 아느냐?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빌 해거티(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은 그는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한 리더"라면서 머스크의 역할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인재를 고문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반면 공화당 내에서 한때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가 반(反)트럼프 인사가 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탓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머스크가 되면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난다. 그리고 누구도 그게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의 권력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출범을 한 달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여준 남다른 영향력을 입증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니 곤잘러스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은 "우리는 대통령이 있고 부통령이 있고 하원의장이 있다. 일론 머스크가 우리 총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 제도에는 총리가 없지만, 머스크의 영향력이 그게 버금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곤잘러스 하원의원은 머스크가 선출직이 아니라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그는 영향력이 있으며 그 영향력의 상당한 부분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