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낼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입력
수정
전주국제영화제 3관왕 화제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한번을 못 가본 세 청년은 27살이 되어서야 그들만의 수학여행을 가기로 한다. “남들이 하는 거 다 해보는 여행”이 하고 싶어서다. 그들이 정한 곳은 햇살이 쏟아지는 제주. 공항에 당도한 이들은 어디론가 향한다. 각자의 트렁크를 질질 끌며 힘겨운 걸음을 이어가는 세 청년. 햇빛과 파도, 따뜻한 공기까지 주변엔 온통 좋은 것들 뿐이지만 이들 누구도 기쁘지 않다. 난 여기 왜 왔을까. 돌아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행의 초입은 이러한 세속적이고도 버거운 질문으로 시작된다.
남궁선 감독 신작
영화 리뷰

이야기는 고등학교 동창인 걸그룹 출신의 수민과 사랑, 그리고 힙합 아이돌 출신의 태희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시점부터 전개가 된다. 숙소로 향하던 중, 사랑은 가방을 잃어버린다. 분실물 센터에 연락처를 두고 나온 이들은 숙소 근처에서 요기하기로 한다. 사랑은 식당에서 연신 눈을 흘끔거리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기분이 나빠진 그녀는 다짜고짜 달려들어 남자를 폭행한다. 이 일로 이들은 여행경비 모두를 합의를 보는데 써버리고 체류비를 모으고자 일손이 필요한 귤밭으로 나간다.

수민은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내는 거식증으로, 사랑은 약이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이들의 고통은 멤버 중 한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비슷한 세계에서 살아왔던 태희도 마찬가지다. 그는 성공적이지도 못한 아이돌 그룹에 있으면서 소속사 대표로 인해 성접대와 빚을 강요당하는 일상을 보내왔다. 간신히 ‘생지옥’에서는 탈출한 상태지만 태희는 남아 있는 계약과 빚으로 과거만큼이나 암울한 현재를 보내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당한 수모와 고통을 구구절절 고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오고 가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에 이들이 동요하고, 감지덕지해 하는 반응으로 세 인물의 고통사를 대변한다. 이들의 사정을 알게 된 사장은 일당을 두배로 쳐주며 일하지 말고 “놀 것!”을 명한다. 마침내 이들에게 ‘남들 하는 거 해보는’ 시간이 생겼다.
세 명의 친구들은 주어진 하루 동안 최선을 다해 남들도 다 하는 것들을 해본다. 관광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춤도 추면서 이들은 사력을 다해 웃고, 즐긴다. 그리고 서서히 이들은 각자의 힘을 낼 시간을 발견한다. 이토록 사력을 다한 여정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들을 통해 영화는 말한다. ‘힘을 낼 시간’은 앞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만 그것은 늘 그랬듯이, ‘지금’이라는 것을.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