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넷플릭스 천하

SBS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내년부터 6년간 넷플릭스에 드라마와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통째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호재가 됐다. 아티스트스튜디오 주가는 최근 10거래일간 2배 넘게 뛰었다.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주연배우 이정재가 최대주주라는 사실이 부각됐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자사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에 가입하면 월 5500원짜리 넷플릭스 멤버십을 공짜로 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구독자가 2억8000만 명으로 2, 3위인 아마존프라임과 디즈니플러스를 압도한다. 국내에서도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100만 명 이상으로 각각 700만 명대에 그친 쿠팡플레이와 티빙보다 월등히 많다.

사회적 영향력도 크다. 지난해 JMS 교주 정명석의 성폭력 범죄 등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넷플릭스에서 방송되자 당시 검찰총장이 정씨 공판 상황을 직접 챙기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을 정도다. ‘우물안 개구리’인 K콘텐츠가 세계화한 것도 넷플릭스의 공이 컸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했고 학폭 희생자의 복수극 ‘더 글로리’도 세계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비판도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 제작비는 250억원에 불과했지만 넷플릭스가 번 돈은 1조원에 달했다. 넷플릭스 때문에 스타급 주연배우 출연료는 과거 회당 1억원에서 요즘은 3억~4억원은 기본이고 8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토종 OTT는 드라마 제작에 엄두를 내기도 어려워졌다.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는지도 논란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8233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한국에서 올린 매출 중 상당액을 미국 본사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익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세청이 넷플릭스코리아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영화 ‘스파이더맨’)는데 넷플릭스에 딱 맞는 말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