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효과 채권펀드 흥행…올 유입액 6000억弗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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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피벗 기대감에 돈 몰려올해 글로벌 채권 펀드에 역대 최대 규모 자금이 모였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 투자 자금이 급증했지만 가격 상승 폭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진정세
수익률은 기대 못미쳐
22일(현지시간) 펀드 투자 정보 업체 EP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채권 펀드에 총 6000억달러(약 870조원)가 유입됐다. 이전 최고치인 2021년 액수(약 5000억달러)를 넘었으며 전년도(약 3000억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채권 투자 자금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올해 초부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경기가 가라앉자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릴 것이라고 예측한 투자자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올스프링의 마티아스 샤이버 수석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채권 금리를 뒷받침해온 통화정책의 상당한 변화에 큰 베팅을 했다”고 평가했다.
안전자산 수요도 채권 투자가 늘어난 배경으로 거론된다. 올해 미국 등 주요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주식시장이 단숨에 꺾일 것이라는 우려로 헤징 자금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말보로의 제임스 애티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정상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전통적으로 안전한 (채권) 베팅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올해 초 가파른 속도로 늘어난 채권 투자액은 하반기 들어 급감했다. 미국 등에서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은 데다 오히려 재점화 우려가 커지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 종합채권지수는 지난 9월 연초 대비 4.6% 상승했으나 이후 이달 20일까지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 11~18일 글로벌 채권펀드에서 60억달러(약 8조7000억원)가 빠져나가 2년 만에 가장 큰 주간 유출액을 기록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3일 올해 초 연 3.944%보다 오른(채권 가격 하락) 연 4.528%를 나타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8일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0.25%포인트 낮췄지만 내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인 여파가 반영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