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였다" 다섯 번의 자살 시도를 한 이 작가

[arte] 손태선의 발레 화가의 서재

다자이 오사무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로서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도서 中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뛰어난
작가 다자이 오사무
도서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사진. ⓒ손태선
사람들이 처음 만난 뒤 사이가 조금 더 깊어지면 묻는 것이 있습니다. ‘혈액형’을 물으면 옛날 사람. 요즘은? MBTI!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는 극한I 타입일 겁니다. 살면서 누구나가 존경받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존경 받을까 두려워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어떤 사람한테 간파당하여 산산조각이 나고, 죽기보다 더한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 ‘존경받는다’는 상태에 대한 그 소년의 정의였다.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여러 인간이 모인 것이 세상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하지만 결국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도서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사진. ⓒ손태선
아버지가 소속하고 계셨던 정당의 고명한 분이 마을에 연설하러 왔기에 사람들과 들으러 갔습니다. 아버지와 친한 분들은 전부 보였고 모두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 계셨습니다. 연설이 끝난 후 청중들은 삼삼오오 뭉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날 밤의 연설을 마구 깎아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개회사도 형편없었고 고명한 사람의 연설이라는 것도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집에 들어와서는 아버지한테 오늘 밤의 연설회는 대성공이었다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머슴들까지도 아주 재미있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던 것입니다. 연설회만큼 재미없는 건 없다고 돌아오는 내내 투덜거렸는데 말이죠.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서로 속이며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것입니다. 인간은 끝내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터득했더라면 인간을 두려워하며 살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미운 인간이라도 죽이고 싶은 마음만은 안 일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나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일본에서는 죽은이를 호도케 님으로 칭합니다. 부처님 역시 호도케. 죽음은 모든 것을 미화시킨다는 인식입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번의 자살 시도 끝에 다섯 번째에 39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토록 솔직한 성찰과 자신의 마음에 대한 표현력은 우리가 알지만, 말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대신 말해주는 속 시원한 책입니다.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だざい おさむ|Osamu Dazai)' /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손태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