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원은 '함안 낙화놀이' 직접 보는 것!

함안에서의 여정 이튿날은 2022년 방영한 KBS 2TV 드라마 <붉은단심>에서 처음 만난 무진정으로 향했다.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함안은 무진정에서 열리는 낙화놀이로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무진정에서 열린 제31회 함안 낙화놀이(사진=함안군청)
조선 중엽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함안 낙화놀이는 한지 안에 숯가루와 광목 심지를 넣어 불을 붙이는 전통적인 세시놀이다. 일제강점기에 그 명맥이 끊어질 뻔한 것을 1960년 사월초파일에 괴항마을청년회가 재현하며 세상에 다시 제 모습을 드러냈다.지난 2008년 경상남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함안 낙화놀이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방탄소년단 RM의 뮤직비디오 <들꽃놀이>, 드라마 <붉은단심>에 등장하며 최근 몇 년 새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난해 5월 열린 제31회 낙화놀이는 이틀간 예약제로 운영해 하루 8000명 씩 무진정 낙화놀이를 지켜봤다. 환한 것, 빛나는 것, 정성을 들인 것은 누구나 알아보고 아름답다 하는 것이다.
무진정에서 열린 제31회 함안 낙화놀이(사진=함안군청)
선비의 삶을 예찬하다 '끝 없고 다함 없는 세계' 무진정

2300여㎡에 달하는 연못에는 세 개의 인공섬을 잇는 돌다리가 놓여 있고, 다리 끝에는 담백한 멋을 풍기는 정자가 서 있다. 이곳이 바로 무진정, 무진 조삼(1473~1544)이 후학양성과 남은 여생을 보내려 직접 지은 정자다.25세의 나이에 다섯 고을 목사를 지낼 만큼 뛰어난 인재였던 그는 당파싸움을 지켜보며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다. 그의 조부는 생육신 조려 선생이다. 생육신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 맞서 충절을 지킨 여섯 신하를 가리킨다.
‘이수정’이라 불리는 무진정의 연못, 우측 암벽 위로 무진정이 보인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쓴소리 내뱉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점에 섰을 때 기꺼이 내려올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선비 정신이 대대손손 이어진 것이다. 고사목이 반영된 무진정 연못을 내려다보며 ‘끝이 없고 다함이 없다’는 무진(無盡)의 뜻을 곱씹어본다.

무진정은 앞면 3칸·옆면 2칸, 팔작지붕을 두룬 정자로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929년 후손들이 다시 세웠다. 무진정에서 열리는 낙화놀이를 보고 싶다면, 올해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기억하자.

(사진 = 이효태 포토그래퍼)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