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배송 택배 주인 찾아주려다…피싱범죄 위험 처한다? [백광현의 페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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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지난해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관련 분쟁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처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송 늦은 것도 배상?
어머니의 생신 선물로 건강식품을 구매한 A씨. 어머니 생신 전까지 배송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안심했는데요. 하지만 어머니의 생신 당일까지 택배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택배회사는 물동량이 많아 지연됐다고 합니다. 택배를 선물용이나 특정일에 쓸 용도로 구매한 경우라면, 제날짜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지연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신이나 결혼식, 돌잔치, 명절 등에 필요한 물건에 대한 배송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배송이 지연된 경우에 택배회사는 운송장에 기재된 운임액, 즉 배송요금의 200%를 지급해야 합니다.여기서 기억하셔야 할 것은 배송지연의 경우에는 물건의 가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택배비가 1만원이라면 2만원을 받는 겁니다. 다만 일반적인 배송지연의 경우에는 손해액 산정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이 경우 택배회사는 인도예정일을 초과한 일수에, 운송장에 기재된 운임액 즉 배송요금의 50%를 곱한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손해배상액은 운임액의 200%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택배 요금이 1만원이고, 1주일이 지연됐다면 택배회사는 2만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계산식에 따르면, 배상액은 3만5000원인 것처럼 보이는데(1만원 X 7일 X 50%), 그러나 손해배상의 한도가 운임액의 200%이므로(1만원 X 200%), 2만원 한도 내에서 손해를 배상하게 됩니다.
오배송 택배 건드리다 처벌까지?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감귤을 주문한 B씨.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여행 중이라 바로 확인이 어려웠는데요. 배송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왔지만 문 앞에 있어야 할 감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B씨가 주문할 때 동을 잘못 입력해 옆동 같은 호수에 배송된 건데요. 택배를 받은 옆동 주민은 종종 과일 선물이 들어와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며 반 정도를 먹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택배는 오배송 사고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위 사례의 경우 일단 송장에 기재된 주소대로 배송됐기에 택배기사의 잘못은 없을 거 같은데, 오배송된 물품을 본인 것으로 오인해서 사용하거나 먹은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우선 잘못 배송된 택배인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오배송된 물건을 사용하거나 처분한 경우, 택배 물건의 원래 주인은 상대방을 상대로 점유이탈물횡령죄로 형사 고소할 수 있습니다. 통상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를 절도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절도죄는 다른 사람의 점유하에 있는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다른 사람 문 앞에 있는 물건을 가져간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사례의 경우와 같이 내 집 앞으로 잘못 배송된 과일은 분실물과 같아서 이를 가져가면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절도죄보다는 가볍게 처벌됩니다. 그리고, 자기 택배가 아닌 줄 알면서도 택배를 마음대로 뜯은 것은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비밀침해죄는 봉함 등 기타 비밀장치를 한 편지나 문서 등을 개봉했을 때 성립하는데, 보통 테이프로 밀봉된 택배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밀침해죄는 친고죄, 즉 피해자가 고소해야지만 처벌이 가능한 죄이기 때문에 사례의 경우 J씨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한편, 옆동 주민은 자신이 먹은 감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질 수 있습니다.
오배송 물품, 주인 찾아주다 내 신상 정보 털릴 수도?
최근에 피싱 범죄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잘 아시는 것처럼 문자를 이용하는데 요즘은 택배 오배송을 가장한 신종 수법이 알려지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만약에 나는 시킨 적이 없는데 택배가 내 문 앞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우선 누구에게 온 건지 택배를 확인합니다. 만약 택배에 받는 사람 전화번호가 있다면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택배가 잘못 배송됐으니 찾아가라”고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당연한 행동 패턴을 이용한 범죄 수법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번호로 전화를 건 내 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되고 상대방이 찾으러 오겠다며 주소와 이름 등을 요구하게 되면 그대로 개인 신상정보가 노출됩니다.
이렇게 습득한 개인 정보는 경제범죄나 사기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요즘 온라인상에 자주 올라오고 있습니다.이처럼 내가 시킨 택배가 아닌데도 내 집 문 앞에 있는 경우에는 택배 상자를 뜯거나 택배 상자에 있는 연락처에 연락하지 말고 택배 회사에 연락해서 다시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잘못 배송된 택배를 주인에게 돌려줄 의무는 없으니 안심하시고, 만약에 택배 송장에 적혀 있는 발송인이나 수령인 번호로 직접 전화할 경우에는 개인정보 노출 등의 우려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택배사와의 분쟁 해결이 어렵다면?
택배 관련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분쟁 상황을 살펴봤는데, 당사자 간에 잘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요?택배회사와 협의해서 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해결이 안 된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연락하여 상담한 후,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의 불만처리 및 피해구제 등 업무를 하는 기구로서, 소비자와 택배회사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해결합니다.
만약 한국소비자원을 통해서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택배 분쟁 사건은 소액이라 지급명령신청을 통해 간소하게 해결하거나 통상 소액사건심판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합의나 조정이 되기도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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