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시한' 못박고 기다렸다는 듯 탄핵…巨野 폭거에 국정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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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행까지 탄핵하겠다는 巨野더불어민주당이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사진)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한 권한대행이 자신들이 제시한 데드라인인 이날 내란 및 김건희 특검법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쌍특검법 상정 안하자 당론 의결
헌재 재판관 임명 본후 26일 발의
"국정 마비…국제신뢰 붕괴 우려"
두 특검법의 공포 또는 재의요구권 시한은 내년 1월 1일이지만 민주당은 24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압박해 왔다.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되면 국정이 마비되고 안 그래도 불안한 국제 사회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지를 지켜보고 26일 국회 사무처에 탄핵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이날 아침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는 이미 특검법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며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더라도 국회의 의결은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결국 한 대행은 국민의힘이 시키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한 권한대행 탄핵 여부는 국회에서 탄핵안 의결 정족수와 본회의 개의 여부를 결정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손에 달리게 됐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3분의 2’(대통령 기준)가 아니라 ‘과반’(총리 기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 등을 다시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탄핵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가결되면 권한대행은 차순위 국무위원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다.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사례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 차례 있었지만, 권한대행까지 탄핵한 사례는 없다.
거부권 쓰자 26일 발의 예고…韓대행 체제도 붕괴 위기
野, 겉으론 '내란 혐의' 씌웠지만, 사실상 특검법 공포 안했다고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기로 한 건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포석이다. 야권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내란 일반특검)을 수용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2025년 1월 1일)까지 기다리는 건 시간낭비”라고 했다.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까지 감행하면서 가까스로 진정되고 있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파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한대행까지 ‘내 멋대로’ 탄핵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의 핵심 이유로 ‘내란 공조’를 들었다. 의결 정족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 직무정지 전 국무총리로서 행한 직무를 문제 삼았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김어준 씨 유튜브 방송에 나와 “한 권한대행은 계엄 당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며 “위헌·위법한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 공조가 아니라) 적극 가담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한 권한대행은 당시 회의를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있다”며 정식 국무회의로 보지 않고 있다. 국무위원을 소집한 것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민주당은 내란 혐의를 한 권한대행 탄핵의 핵심 이유로 들었지만, 정작 ‘탄핵 버튼’을 누른 건 자신들이 제시한 데드라인(24일)까지 쌍특검법 공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인 내년 1월 1일이지만, 이를 기다리지 않고 특검 미공포를 이유로 탄핵을 결심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뤄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해야 한다”며 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았다.민주당은 윤 대통령 내란 수사가 특검을 통해 이뤄져야 보다 광범위한 수사가 속도감있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 조기 대선을 실시하겠다는 목적”이라고 했다.
“내란을 탄핵 사유로 들면서 특검법 공포를 안 했다고 탄핵을 추진하는 건 앞 뒤가 안 맞는다”는 이야기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고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행위다. 그런데 이는 탄핵 명분으로는 약할뿐 아니라 의결 정족수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정부 “국제사회 신뢰 무너질 것”
김 수석부대표는 “내란 진압이 국정 안정보다 우선”이라며 “내란 진압을 위해 국정 안정을 보류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탄핵 폭주’에 경제·산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내란 진압’을 이유로 윤 대통령, 한 권한대행을 탄핵시키는 마당에 추가 탄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권한대행까지 탄핵됐으니 그 다음은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도 직무가 정지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극단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싱크탱크 수장은 “국정 안정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된 나라에 어느 투자자가 투자하려 하겠냐”며 “국가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질 우려가 있고 이는 결국 대외 신인도 악화로 나타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참 우려스럽다”고 했다.
배성수/한재영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