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1~2배' 넘나든 오차에 칼 빼든 한은…"실패 이유 찾아 공개" [강진규의 BOK워치]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1%(전분기 대비)로 집계됐다. 지난 10월말 발표한 속보치와 이달 초 내놓은 잠정치가 모두 동일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8월 전망한 분기 전망치 0.5%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1분기에는 반대로 GDP가 1.3%까지 뛰었다. 당시는 분기 전망을 하지 않을 때라 공식 수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0.5~0.6% 수준의 성장률을 전망해둔 상태로 알려졌다. 전망보다 두배 이상 높은 실적이 나타난 것이다.이처럼 성장률 서프라이즈와 쇼크가 번갈아 나타나자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경제전망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2025년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안'을 통해 이같은 경제전망 오차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전망의 품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며 "경제전망의 정도를 제고하고 경제주체들에 대한 설명도 늘리겠다"고 했다.

경제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선행지표를 개발하고, 미시데이터를 확충해 경제상황을 면밀히 모니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번번히 지적을 받은 경제전망 오차에 대한 분석도 강화할 방침이다. 오차가 나타난 이유를 분석해 대외적으로 공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한은은 "매년 11월 전망 오차에 대한 분석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2,5,8,11월에 한은 조사국에서 경제전망을 발표하면, 이후 분기 GDP가 나오는 4,7,10월과 이듬해 1월에 한은 경제통계국이 1차적으로 오차가 나타난 항목에 대해 설명하는 구조였다. 그리고 이후 조사국이 다음 전망 발표 시점에 추가적으로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단기간 내 오차 이유를 찾지 못하거나, 향후 전망에 집중해 오차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1분기의 경우 초반에는 삼성 갤럭시 신제품 출시 효과와 따뜻한 날씨 영향이 주로 언급됐으나, 이후엔 총선을 전후로 정부의 재정집행과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점 등이 서프라이즈의 이유로 제시됐다. 3분기는 수출 둔화가 성장률을 낮춘 요인으로 지적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시적 둔화보다는 구조적인 위축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번 조치로 매년 오차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시장 참가자들이 전망 실패 이유를 좀 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한은의 전망 능력도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은은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금융통화위원들의 대외 활동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금통위원 기자간담회를 3회 개최하고, 주요 보고서의 주관 금통위원 메시지를 3차례 공개했다. 대외 강연 등은 3회였다. 이런 활동을 내년에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3개월 내 조건부 금리전망의 개선도 추진한다. 현재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3개월 후 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은은 전망의 시계를 6개월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내년 통화정책의 변수로는 성장의 하방압력과 대내외 불확실성에 무게를 뒀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 증대, 주력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통상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된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이 환율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외환부문의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서는 안정화 조치를 추가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