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가 아니라 '韓野'…존재감 사라진 국민의힘

韓대행 응원할 뿐 독자 의제 상실
지지층 결집에 변화 의지도 사라져
權, 대국민 사과로 반전 노리지만
"탄핵 입장 유지시 중도확장 어려워"

사진=뉴스1

“여야에서 여(與)는 사라지고 한(韓)만 남은 것 같습니다.”

25일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당의 ‘존재감 실종’을 이같이 묘사하며 걱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파상 공세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을 응원하는 것 이외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엄 및 탄핵 사태로 수세에 몰린 가운데 당내의 쇄신 목소리도 사그라들며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서 터져 나온다. 지난 24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권영세 의원(사진)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국민의힘은 1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12일간 한 권한대행과 관련된 논평 4건을 냈다. 사흘에 한 번꼴이다. 모두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헌법재판관 임명 등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을 옹호하는 내용이다. 주요 현안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의 판단에 의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여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의제 설정 역할을 사실상 상실해 한 권한대행의 움직임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의원들은 당내 갈등에 대한 입장을 내는 데 집중했다. 1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에 찬성한 의원을 색출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한편 계엄 선포 당시 의원들의 모바일 메신저 내용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권 의원의 비대위원장 지명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뉴스 주목도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당내 갈등이 있을 때는 신경이라도 썼지만 권 의원 체제가 안정되면 그나마 뉴스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최근 당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오른 것도 반갑지만은 않다. 친윤(친윤석열) 및 중진들이 고무되며 현재 상황에 안주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23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12월 첫째주 26.2%였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29.7%까지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50.3%)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1주일 후인 2016년 12월 셋째주의 15%와 비교하면 높다.

권 의원은 다음주 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민심을 달랠 방침이다. 하지만 중도층에 대한 호소력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