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대출 연체율 4년만에 최대…"초저금리 때 빌린 돈 상환 못해"

올들어 채무 불이행률 7.2%
Fed, 금리인하 속도조절 예고
"고금리 부담에 연체 길어질 듯"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초저금리 시기에 받은 대출을 재융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위험 대출인 레버리지론의 채무 불이행률이 4년 만에 가장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2개월간 글로벌 레버리지론 시장의 채무 불이행률은 7.2%로, 2020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부터 글로벌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차입 비용 상환에 고전하는 기업이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FT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채권시장 대신 대출시장으로 몰렸다”며 “하이일드채권 시장의 채무불이행 비율보다 레버리지론 시장의 불이행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레버리지론은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한 초저금리 환경에서 부채를 늘린 기업들은 2022년 시작된 글로벌 양적 긴축 이후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최근 몇 년간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데이비드 메클린 UBS자산운용 매니저는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이자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이 같은 채무불이행 추세는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커버넌트 라이트(채권자 보호 조항과 채무자 의무 조항이 느슨한 상품) 조건이 결합돼 부채를 갚는 대신 대출을 연장하려는 기업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가 채무 불이행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신호를 보낸 만큼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이것이 채무불이행률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디폴트 중 상당수는 이른바 ‘부실 대출 교환’이 차지했다. 루스 양 S&P글로벌레이팅스 시장분석가는 “부실 대출 교환이 올해 디폴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월가에서는 높은 채무불이행률이 최근 몇 년간 레버리지론 시장이 제약 없이 급속 팽창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기업들이 대출을 너무 쉽게 받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마이크 스콧 만그룹 하이일드펀드 매니저는 “우리는 레버리지론 시장에서 지난 10년간 제약 없는 성장을 목격했다”며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와 같은 분야의 고위험 기업 상당수는 자산이 적어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스틴 맥고완 체인캐피털 파트너 역시 “(기업의) 성장 부족과 자산 부족이라는 악순환의 조합”이라고 했다.

Fed의 기준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채무불이행률이 급등하는 것은 일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