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신약개발 1위 슈뢰딩거 "SW로 매출 3000억…신약개발 문화 선도"

AI 신약개발 나스닥 1호 기업
소프트웨어 매출만 2000억 이상
10년치 데이터 학습 하루에 가능
래미 파리드 슈뢰딩거 대표. 슈뢰딩거 제공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모델을 충분히 학습시키는데 10년이 걸린다면 슈뢰딩거의 모델은 하루면 가능합니다."
이달 중순 래미 파리드 슈뢰딩거 대표는 물리학 기반 소프트웨어가 가진 강점을 설명했다.
○30년간 물리학 기반 플랫폼 외길
1990년 설립된 슈뢰딩거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 중 가장 업력이 오래됐다. 2020년 AI 신약개발사로는 최초로 나스닥 상장했다. 주로 컴퓨터 상에서 신약개발을 위해 분자를 설계하고 특성을 확인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매출도 전 세계를 통틀어 단연 업계 최고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3139억원을 냈다.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나온다. AI를 앞세운 제약·바이오기업은 전부 슈뢰딩거 제품을 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에는 소프트웨어 판매 수익이 전체 매출의 73% 수준인 2307억원이었다.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계약금, 마일스톤, 로열티를 수령해 매출을 확보하는 다른 AI 신약개발사와 다른 점이다.
전 세계 1785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구독료는 최소 1000달러부터 500만달러까지 다양하다. 50만달러 이상 이상의 구독료를 내는 ‘큰손’ 고객의 경우 유지율이 98%에 달한다. 한번 쓰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1000달러 미만의 구독료를 내는 고객이 수십억의 매출을 담당하는 것도 큰 특징 중 하나다. 슈뢰딩거가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다. 대학교와 연구소 등에서 과학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파리드 대표는 “이들의 경험이 앞으로 제약 산업을 이끌어갈 원동력이자 슈뢰딩거의 잠재고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모자라도 작동하는 AI
다국적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수익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와 3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웬만한 바이오기업 하나를 인수할 정도의 금액이다. 이외에도 일라이릴리, BMS, 다케다 등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하고 있다.
실험 데이터가 아닌, 물리학 기반 플랫폼이라는 점이 차별화 전략이었다. AI 모델을 신약개발에 활용하려면 충분한 실험데이터로 훈련해야 한다. 양질의 데이터가 없다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이는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 더욱 치명적으로 손꼽히는 문제다. 반면 슈뢰딩거는 물리학 원리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생성해낼 수 있다. 파리드 대표는 "물리학 기반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장점은 AI 모델 훈련을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뢰도는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 지금까지 1000편이 넘는 논문을 통해 물리학 기반 예측의 정확도를 증명했다. 파리드 대표는 “수십년 간 소프트웨어 고도화 과정을 거쳐 실험을 대체할 정도로 정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 신약개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뢰딩거는 미국을 기반으로 유럽, 한국, 인도, 일본 등의 지역에 법인을 두고 있다. 원래 한국에는 유통사만 있었지만 2022년 아시아 시장 확대 차원에서 법인을 설립했다.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파리드 대표는 향후 신약개발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약물을 설계하는 초기 단계에서 큰 변화를 예상했다. 그는 "30년간 한 분야에 집중한 만큼 AI로 글로벌 신약개발 문화를 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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