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점령군'·'日패악질'이라더니…이재명 "애정 깊다" 무슨 일 [이슈+]

美日에 비판적 반응 내놨던 李
반미·반일 이미지 희석 시도로
외교가 우려 인식한 것도 영향
중도층 포섭 전략이란 해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한 미국·일본 대사를 잇달아 만나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거 중국과 북한에는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미국·일본을 겨냥해 날 선 반응을 보여왔던 이 대표다. 그러던 그가 비상계엄 사태 후 '우클릭'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재명이 달라졌다?

이 대표는 26일 국회를 찾은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해 "일본은 한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 나라로 최근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많이 놀랐을 것"이라면서 최근 비상 계엄 사태를 언급했다.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다. 정상적인 정치세력의 입장에서는 이웃 국가와 적대적 관계 맺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한일관계가 불안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일 협력과 한일협력은 대한민국의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그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미국이 동맹의 일원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회복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입장을 신속하고 다양하게 내주셔서 감사하다"며 "한·미 관계는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 기술동맹으로 확장돼 왔는데 앞으로는 인권과 환경동맹을 포함한 포괄동맹으로까지 발전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한일본대사에겐 과거사 및 독도 문제 등도 언급했지만, 예상보다 더 포용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민주당과 자신이 가지는 반미·반일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행보 아니겠냐는 진단이 나왔다. 과거 그는 성남시장 때인 2016년 페이스북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군사적 측면에서 한국의 적성국(敵性國)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23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패악질'이라고 거세게 발언했다. 지난 2021년 대선 출마 당시 고향 경북 안동에선 '미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과 미국에 대한 그의 묘사에 현재 여권 중심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북한과 관련해선 지난 1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심하될 것", "(김정은의)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 등이라고 하거나, 3월에는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외교가 우려 인식·중도층 포섭 일환 시선도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집권하면 바이든이 서울과 도쿄를 중재해 이룬 한·미·일 3자 관계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며 "(그가 집권할 경우) 일본에 갖는 뿌리 깊은 반감을 이용해 일본에 대한 외교적 다리가 됐던 윤 대통령 역할을 뒤집고, 한·미·일 협력에 대한 한국의 약속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했다.민주당을 중심으로 야6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탄핵소추안에 "소위 가치 외교라는 미명 하에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한다"고 적었다 외교가에서 역풍을 맞고 삭제한 일도 있었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은 21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진보 정당은 북한과 관련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동맹이나 동맹 체제 대부분을 희생할 용의가 있다", "야당은 자기 이익만을 위하고 탄핵 절차를 가능한 한 서둘러서 시간을 단축하려는 것 같이 보인다" 등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해 우려 섞인 발언을 내놨다.

최근 이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사히신문 등 미국·일본 언론과 인터뷰하는 일도 잦고 있다. WSJ 인터뷰에선 "사람들이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 부른다"고 말하기도 했다.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중도층 포섭 시도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기존 외교 이미지를 희석하고 중국이나 북한에 거부감이 높은 중도층을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