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엔터사, 뮤비 제작 대금 미지급…"스태프 40명 임금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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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속 아이돌 성추행 의혹으로 뭇매를 맞은 연예 기획사가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미지급해놓고 임금 체불 해결을 촉구하는 스태프들에게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에 따르면 제작사 H사는 연예기획사 A사와 아이돌 뮤직비디오 제작 계약을 맺었고, 지난 8월부터 제작을 시작했다. H사 측은 "2박 3일간 41시간이 넘는 강행군으로 촬영이 진행됐다"며 "이후에도 후반 작업 등 수주에 걸쳐 철야 작업이 진행됐다"고 했다.H사가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지난 9월 3일 공개됐다. 하지만 H사는 A사로부터 이미 지불한 계약금 외 잔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현장에서 일한 스태프 40여 명의 임금 수 천만 원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사는 뮤직비디오 결과물에 문제를 제기하며 손해를 보았기에 대금을 깎아야 한다는 이유로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의 추가 작업 요구로 H사는 기존 납품 영상 외에 다르게 편집한 버전을 4일 만에 추가로 납품했다.H사는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 용역을 제공한 것"이라며 "A사는 이를 하자보수를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인데 이를 이행했음에도 대금을 깎으려 한다"고 했다.

A사 측은 "계약 위반이나 퀄리티 부분 등에 대해 리스크를 같이 짊어지자고 협의하려 했는데 불발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금 조정과 관련해 "그런 것까지는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법적인 부분은) 법정으로 가서 판단하는 거지 우리가 계약서상 합당하다 그렇게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한빛센터는 "A사 대표 D씨는 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스태프들에게 자신들은 법적으로 무관하니 거론하지 말라고 겁박했다"며 "뮤직비디오 현장 스태프들이 있는 단체대화방에 H사와 A사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자, A사를 끌어들이면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A사 측은 전체 제작비의 25% 수준으로 대금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센터는 "아무런 기준도 근거도 없는 요구"라며 "용역을 이미 제공받은 후 이러한 요구를 하며 대금을 미지급하는 것은 발주처의 부당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 대규모 임금 체불 사태를 촉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연예기획사의 대금(임금) 미지급은 A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빛센터에 연예기획사에 의한 노동권 침해로 접수된 사례는 2024년에만 총 13건이다.

A사의 사례는 미지급 대금 규모가 억대이며 피해 인원도 많은 사건이다. 센터는 "계약서에 근거하지 않은 대금 후려치기이자, 성과에 대한 공유를 약속한 바도 없으면서 손해에 대한 부담은 떠넘기려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비판했다.

아울러 "A사는 용역의 결과물을 온전히 사용하고 있으면서 대금 조정을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정당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스태프들에게 법적으로 계약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고소를 운운하는 적반하장도 보인다"고 지적하며 대금 지급을 촉구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