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죄' 탑의 '약쟁이 래퍼' 연기, 괜찮을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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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 래퍼 출신 탑*기사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오징어게임2' 약쟁이 래퍼로 등장
"넌 이거 감당 못해. 이것 저것 다 섞은 거야."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 타노스가 마약을 입에 넣으며 하는 말이다. 타노스를 연기한 건 마약 전과가 있는 그룹 빅뱅 출신 탑(본명 최승현)이다.
'오징어게임2' 공개와 함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논란이 됐던 탑의 연기도 베일을 벗었다. 그가 연기한 타노스는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 출신 래퍼 출신으로만 알려진 캐릭터였다. 26일 '오징어게임2'가 공개된 후 목숨을 건 게임을 펼치기에 앞서 긴장되는 마음을 마약으로 달래는 설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탑은 2017년 의경 입대 후 마약 투약 혐의로 군 복무 중 재판받았고,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강제 전역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도 다른 요원들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휴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이후 이렇다 할 연예계 활동도 하지 않았고, 2019년 "자숙하라. 인스타그램도 하지 말고, 복귀도 하지 말아라"는 네티즌의 댓글에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라는 답글을 달며 은퇴 의지를 내비쳤다.
'오징어게임2' 캐스팅은 탑이 마약 투약 혐의와 군 부실 복무 의혹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탑은 2009년 KBS 2TV '아이리스'를 시작으로 이듬해 영화 '포화속으로', 2014년 '타짜-신의손'까지 주연을 맡으며 연기돌로도 입지를 굳혔다. 배우 이병헌과도 '아이리스' 이후 15년 만에 '오징어게임2'로 재회하게 됐다.탑은 '오징어게임2'가 오랜 공백기를 깬 작품인 만큼 홍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징어게임2' 관련 게시물을 지속해서 올리면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D-1"이라는 게시물을 게재하며 '오징어게임2' 굿즈 혹은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2' 속 탑의 모습에는 호불호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다른 여성 참가자들을 희롱하고, 다른 참가자들과 뭉쳐 다니면서 약한 참가자들을 괴롭히는 등 타노스의 행동이 비호감, 악질이라서가 아니다.
타노스가 사람이 죽으면 더 많은 상금이 쌓인다는 게임의 규칙을 알기도 전에 재미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경기에서 다른 참가자들을 밀어 죽음으로 내몬 광기를 보여서는 더더욱 아니다.혼합 마약을 씹어 삼키며 게임에 임하고, 대화하듯 랩을 읊조리는 래퍼라는 설정까지 현존하는 배우 중 탑보다 타노스 역을 누가 더 실감 나게 연기할 수 있을지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이지만, 그의 연기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기간 래퍼로 활동해왔에도 불구하고 어눌한 발음, 어색하고 과장된 표정 연기는 다른 기라성같은 선배 연기자들 뿐 아니라 임시완, 강하늘 등 또래 연기자들과 함께할 때도 한계를 드러낸다.
다만 탑의 캐스팅에 대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지난 8월 진행된 간담회에서 캐스팅 논란에 "이렇게 논란이 될지 몰랐다"며 "꽤 시간이 지났던 일이었고, 복귀한 분들이 많아서 제 생각이 짧았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검증도 하고, 오디션도 직접 봤고,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이 역할을 하면서 많은 용기가 필요한 캐릭터인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이어 "논란은 됐지만 번복하기엔 이미 많은 과정을 지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왜 이 작품을 해야 했는지 결과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다 싶어 철회하지 않고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