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10년 만에 폐지"

국회, 단통법 폐지안 의결
이통3사 경쟁 유도 불투명
AI기본법 제정안도 국회 통과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말기유통법이 1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단말기유통법은 불법 휴대폰 보조금을 막고 건전한 단말기 유통시장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통신비 부담을 늘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단말기유통법 폐지안을 의결했다. 폐지안은 재석의원 261명 중 찬성 161명, 반대 94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단말기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지게 됐다.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된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일부 이용자에게만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간 차별이 심화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 자체가 쪼그라드는 부작용이 발생해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다시 보조금을 통해 경쟁하도록 유도하고 소비자들이 통신비 부담을 덜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단통법 폐지가 추진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동통신3사가 단통법 폐지 이후 막대한 보조금을 풀고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설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AI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수 있겠냐는 이유다. 단통법은 폐지됐지만 이용자 편익을 보장하는 조항들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된다.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도록 지시·강요·요구·유도하는 부당 행위를 금지한다. 특정 부가서비스나 요금제를 부당하게 권유하는 특약·조건을 정할 수도 없다.

단통법 폐지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기본법)도 함께 의결했다. 이 법안은 재석의원 264인 중 찬성 260인, 반대 1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AI기본법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년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의결을 거쳐 AI 정책 방향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인공지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AI 윤리 원칙의 실천 방안을 만들고 공개·홍보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AI 관련 기업·기관·단체가 집적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사람의 생명·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 시스템은 '고영향 AI'로 규정해 규제한다. 고영향 AI나 생성형 AI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워터마크 등을 활용해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AI 사업자가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 식별·평가·완화 등의 사항도 이행하도록 했다. 고영향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땐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AI기본법 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