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숙·창릉에 1.1만가구 '지분적립형 주택'

경기주택도시공사 공급계획
내년 광교에 240가구 분양
광명·교산·과천 등으로 확대
종부세 부담 완화로 공급 '탄력'
주담대보다 월 부담 절반 수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수도권 3기 신도시와 ‘2·4 부동산 대책’ 지구 등에 약 1만1000가구에 달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공급한다. 향후 GH가 사업을 맡은 곳에서 전체 공공분양 가구의 절반을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실질소득이 정체 구간에 접어들고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면서 당장 목돈이 부족한 젊은 층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기 부담이 적고 20~30년에 걸쳐 최초 분양가에 내 집을 구할 수 있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공급해 신혼부부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내년 240가구로 ‘스타트’

26일 업계에 따르면 GH는 2026년까지 경기 남양주 왕숙·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와 광명 시흥·화성 진안 등 2·4대책 지구, 재개발 등을 통해 총 1만1000가구에 달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선호도가 높은 과천지구(257가구)와 용인 플랫폼시티(645가구), 고양 창릉(848가구), 하남 교산(636가구)도 공급 물량이 포함된다. GH는 “가계 실질소득은 정체되는데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첫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계약금 정도만 우선 납입하고 조금씩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로 목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근 선도 사업으로 광교 A17블록 지분적립주택 사업 계획이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에서 승인됐다. 공공임대주택 600가구를 지분적립형으로 240가구(전용면적 59㎡)와 공공분양 360가구(전용 84㎡)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내년 하반기 착공 및 분양을 거쳐 2028년 입주가 목표다. 지분적립형은 특별공급 40~50%, 일반공급 50~60% 비율로 공급한다. GH는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 효과 등을 검토한 뒤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착공한 광명 학온지구(4317가구)에서도 865가구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나온다.

○ 종부세 합산 배제로 공급 ‘탄력’

GH가 이처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대규모로 계획한 것은 공공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계약자가 20년간 지분을 취득하는 동안 GH도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어 종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종부세 합산 배제 대상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포함돼 총사업비의 28%를 아낄 수 있게 됐다는 게 GH 설명이다. 공공사업자의 재산세를 25% 감면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7월 발의됐다.

계약자는 전용 60㎡ 이하를 최초 분양가의 10~20%만 취득하고, 20~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분할 취득한다. 같은 주택을 매수한다고 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보다 월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초기 자금 2억원으로 6억3000만원 아파트를 산다면 20년 만기 연 4.5% 기준 월 원리금 상환액은 259만원이다. 지분적립형으로 샀을 땐 공공 지분의 전세대출 이자와 지분취득액을 고려해 월 부담은 134만원으로 추산된다.추가 지분취득액은 최초 분양가에 1년 만기 예금 이자를 가산한 금액만 부담하면 된다. 최저 연 4%대 초반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아니라 예금 이자 정도만 추가로 내면서 지분을 취득하면 되는 것이다. 거주 의무 기간은 5년, 전매 제한 기간은 10년이다. 이 기간이 끝나면 제3자에게 시세대로 팔 수 있고, 지분 비율로 GH와 차익을 배분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