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엔 이런 건물 없어"…'K아파트' 월세 500만원인데 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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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60년…진격의 K건설지난 19일 ‘다운타운’으로 불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부에서 차를 타고 10분 남짓 달리자 도로 양옆으로 친숙한 한글 간판이 나타났다. LA 한인 타운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다. 낮은 건물 사이로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한식집과 상가 너머에 누가 봐도 ‘랜드마크’라는 생각이 드는 새하얀 건물이 나온다. 반도건설이 지난해 완성한 주상복합 아파트 ‘더 보라(The BORA) 3170’이다.
(2) 'APT 열풍' 노래 이어 주거문화까지 접수
'K아파트'로 모이는 美 MZ
"월 임대료 3500달러에도 줄 섰다"
반도, LA에 최고급 주상복합
고급형 빌트인·수납 공간 풍부
스크린골프장·주민 교류 공간 등
韓 특유의 커뮤니티 시설도 매력
美 진출 속도내는 韓 건설사들
작년 수주액 99억달러 급성장
GS·우미 등 주택·물류 도전장
한국 아파트 문화가 미국 현지 고소득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볼 수 없던 각종 커뮤니티 시설과 혁신적 주거 설계가 현지에서 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건축 기술과 결합해 ‘비교 불가’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LA 사로잡은 더 보라 3170
더 보라 3170은 LA 한인 타운 중심에 지하 1층~지상 8층, 252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반도건설이 LA에서 직접 시행부터 시공, 임대 관리까지 총괄한 프로젝트다. 미국 진출을 결정한 권홍사 회장이 시작부터 완성까지 진두지휘한 단지다.내부에 들어서자 호텔에서 볼 법한 대형 커뮤니티 공간이 나타났다. 커뮤니티 한쪽엔 입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와 스크린골프장이 있었다. 스크린골프 시스템은 국내 제품을 그대로 들여왔다. 예약 없이 쓰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실내에도 한국 아파트의 장점이 곳곳에 녹아 있다. 바닥부터 한국식 마루판이 적용돼 카펫 위주인 미국 주택과 확연히 다르다.고급형 빌트인 시스템과 이중 단열창, 수납 공간 등은 현지 다른 아파트에선 찾아볼 수 없다. 커뮤니티 시설에선 입주민을 초대해 음식을 내주며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등 한국인의 정(情)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침실 1개로 이뤄진 전용면적 65㎡ 월 임대료는 3500달러(약 508만원)로 저렴하진 않지만 입주민 만족도가 높다. 현지 젊은 층이 선호해 한인 거주 비율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고소득 현지인이 차지한다. “K건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건설은 LA 2·3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A 한인 타운 내 임대 단지인 2차 ‘더 보라 3020’ 공사가 한창이다. 3차는 분양 단지로 공급된다. 현지에서 분양 단지는 자산가가 소유하는 고급 주택으로 인식된다. 한국의 뛰어난 설계와 기술 경쟁력을 확인한 반도건설은 분양도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뉴욕에서도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뉴욕 맨해튼 최중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이어 ‘뉴욕의 심장’으로 불리는 타임스스퀘어 리테일 몰까지 인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비를 자랑하는 입지에 한국 건설사가 입성한 것은 처음이다. 대기업의 광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임대주택·물류·재건축 사업도 도전
국내 건설사의 미국 진출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9억4323만달러에 그쳤던 한국 건설사의 미국 수주액은 지난해 99억8300만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우미건설은 2022년 미국 자회사 우미USA를 설립하고 LA 한인 타운에서 임대주택을 건립하고 있다. 미국 내 아마존·페덱스 물류창고 개발 펀드에도 참여 중이다. GS건설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더 세븐’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도전했다. 국내 중견 건설사 사이에서도 최근 미국 진출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디벨로퍼 엠디엠 자회사인 엠디엠자산운용은 지난해 첫 해외 오피스 개발 펀드 사업 ‘하우드 No.14’를 준공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에 연면적 약 7만㎡, 27층 높이로 조성된 복합 오피스 건물이다.
업계에선 침체한 국내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미국 시장의 매력도가 높다는 반응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건설 경기를 생각하면 진출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다”며 “성공 사례가 나오는 만큼 도전하는 건설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A=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