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없는 정쟁의 소용돌이…경제 민생 모두 망가진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을 26일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전념하되,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의 정신”이라며 불가피하게 헌법재판관 임명과 같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이전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여야는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한 치 양보도 없는 대치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24일 단독으로 후보 3명에 대한 청문회를 강행한 데 이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례에 비춰볼 때 권한대행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문회와 본회의 표결 모두 불참하며 맞섰다.한 권한대행이 독자적 임명 불가를 천명하자 야당은 극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 탄핵안을 즉각 발의한 데 이어 이르면 오늘 표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당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달리 호락호락 물러날 태세는 아니다. 여야는 또 권한대행 탄핵 요건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151명 이상 찬성과 200명 이상 찬성으로 맞서 탄핵 정국은 끝없는 정쟁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경제와 민생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정정 불안에 연중 최고치인 1465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코스피지수도 2430 아래로 떨어졌다.

주요 지표도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8.4로 전달에 비해 12.3포인트나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34개월째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선 야당부터 한 권한대행 탄핵 협박을 그만둬야 한다. 탄핵은 애초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을 때만 거론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인 만큼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탄핵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면 민주당이 그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여당도 국정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야당과 타협 및 절충의 길을 열어놓고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여야 모두 강조하는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