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대법, 2심 유죄 판결 파기환송

"옥시제품과 주원료 성분 달라
공범 인정한 원심판단은 잘못"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두 회사와 주원료가 다른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피해자들이 어느 회사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해 소비자 98명을 사망 또는 상해를 이르게 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제품 출시 전 수행하도록 요구되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품 출시 후 요구되는 관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관련 사건 피고인인 옥시와 이 사건 피고인 사이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 부분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에 두 회사 제품과 옥시 제품을 함께 사용한 복합사용 피해자 94명에 대한 원심 판단을 파기하면서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가지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단독사용 피해자’에 대한 부분까지 원심 판결을 전부 취소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이 근거로 든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한다면 대량 소비 및 국경 간 상품의 구매·소비가 용이하게 이뤄지는 현대사회에서 상품 제조·판매자 등에 대한 공동정범 성립 범위가 무한정 확장된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