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적자' G마켓, '막강자본' 알리바바 손잡고 e커머스 위기 넘는다

양사 5대5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

신세계, 3.4兆에 인수한 G마켓
3년간 영업손실 1000억원 달해

알리, 200여개 국가 커머스 진출
G마켓, 60만명 셀러 활용 시너지
쿠팡 주도 韓시장 판도 흔드나
신세계그룹은 2021년 3조4400억원을 투입해 이베이그룹으로부터 G마켓을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M&A)이었지만 4년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쿠팡이 ‘로켓배송’(새벽배송) 등을 앞세워 국내 e커머스 1등 자리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출혈 경쟁 외엔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3년간 G마켓이 낸 영업손실은 1000억원이 넘는다.
신세계그룹이 26일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전격적인 동맹을 맺은 것은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G마켓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신세계그룹의 강점인 K셀러 소싱 능력과 신뢰도,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판로와 막강한 자본력을 합쳐 국내 e커머스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G마켓·알리 ‘한 지붕 아래에’

신세계그룹은 내년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잡고 5 대 5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겠다고 이날 공시했다. 새로 만드는 법인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번 제휴 과정에선 지난 6월 신임된 정형권 G마켓 대표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두 회사의 동맹으로 G마켓이 얻을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알리바바그룹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60만여 명에 이르는 G마켓 셀러(판매자)의 해외 진출을 도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알리바바그룹 산하 e커머스 계열사는 세계 200여 개국 및 지역에 진출해 있다. G마켓은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 셀러를 진출시킬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국내 다른 플랫폼 대비 경쟁력 있는 셀러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바바그룹이 축적해 온 정보통신(IT) 기술도 G마켓에 이식된다.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인터페이스) 향상을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상품 노출 방식, 판매 및 마케팅 분석 등 알리바바가 보유한 다양한 툴을 G마켓 셀러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에 이어 세계 시가총액 2위 e커머스인 알리바바그룹이 G마켓에 투자함으로써 한국 e커머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바바, K셀러로 반등 모색

알리바바도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K셀러 확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알리바바의 e커머스 계열사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올초부터 ‘C커머스 돌풍’을 일으켰지만 하반기 들어 이용자가 정체됐다. 처음에는 초저가로 인기몰이를 했으나 중국산 저품질·가품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상품 전용관인 ‘K베뉴’를 만들고 ‘수수료 제로’ 혜택까지 내세웠지만 아직 판매자 수가 1만 명에 불과하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이 보유한 60만여 명의 K셀러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 중 하나인 G마켓이 갖춘 상품 경쟁력과 신뢰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했다. 최근 세계적인 K웨이브 열풍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핀둬둬에 쫓기고 있다. K셀러를 적극 유치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두 e커머스의 협력이 쿠팡이 주도하는 국내 e커머스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한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반(反)쿠팡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양지윤/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