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대신 며느리에게 재산 줬는데…유류분도 달라네요 [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며느리·손자녀 증여는 아들 특별수익 될 수 없어
실질상 아들 증여와 다르지 않다면 아들 특별수익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사망한 A씨는 슬하에 두 아들 B씨와 C씨를 뒀습니다. 2014년 2월 A씨는 담도암 투병 중이던 차남 C씨의 아내인 X씨에게 현금 약 4억원을, 같은해 12월에는 시가 약 7억원 상당 부동산을 증여했습니다. 이후 차남 C씨는 아내 X씨와 딸 Y씨를 남기고 2016년 숨을 거뒀습니다.

A씨는 사망하면서 유언장을 남겼는데, 남은 재산인 시가 약 8억원 상당 아파트를 장남인 B씨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X씨와 Y씨는 A씨의 유언으로 인해 본인들의 유류분이 침해됐다며 B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장남 B씨는 동생의 아내인 X씨와 조카 Y씨에게 유류분반환을 해줘야 할까요?
자료=법무법인 트리니티
A씨의 상속인으로는 B씨, 그리고 X씨와 Y씨가 있습니다. X씨와 Y씨는 A씨보다 먼저 사망한 차남 C씨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되는데, 이를 대습상속인이라 합니다. 이 사건에서 X씨와 Y씨의 주장은 C씨는 A씨로부터 증여를 받거나 유증을 받은 것이 없으니 A씨로부터 유증을 받은 B씨가 유류분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X씨와 Y씨의 주장이 맞다면 B씨는 X씨와 Y씨에게 2억원을 유류분으로 반환해야 할 것입니다.

피상속인인 부모가 상속인인 자녀에게 생전에 증여를 한 경우 그 증여는 상속인인 자녀의 특별수익으로 인정됩니다. 그래서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나 유류분을 계산할 때는 이렇게 이미 받은 특별수익을 고려합니다. 그러나 상속인인 자녀가 아니라 며느리나 사위, 손자녀에게 증여를 한 것은 상속인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상속인의 특별수익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X씨는 며느리이기 때문에 X씨가 받은 증여재산은 아들인 C씨의 특별수익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증여의 경위, 증여된 물건의 가치나 성질 등을 고려해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증여한 것이 실질적으로는 상속인에게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 그 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2007. 8. 28.자 2006스3 결정).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도 시아버지가 며느리인 X씨에게 증여한 것이 실질적으로는 아들인 C씨에게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않은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시아버지 입장에서는 며느리에 대한 증여 목적은 아들의 치료비와 생활비 지원이 컸을 것입니다. 아들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낸 후 아들이 사망하면 또다시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증여 당시 아들 C씨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아 얼마 살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시아버지가 며느리 X씨에게 증여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아들인 C씨에게 증여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이 사건을 판결한 서울고등법원도 이와 같이 판단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3. 28. 선고 2023나2030285 판결).

이렇게 되면 차남 C씨는 이미 11억원을 특별수익한 셈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C씨의 특별수익은 X씨나 Y씨의 특별수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따라서 X씨와 Y씨는 B씨로부터 유류분을 반환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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