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와 짜고 코로나 공포 조장” 美 보건부 장관 지명자의 백신 음모론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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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배신“코비드에 대항할 저렴하고 안전한 약품은 이미 존재했고, 이러한 약품을 미국에서 사용했다면 수십만 건의 입원을 막고 그 못지않은 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파우치 박사와 그와 협조한 제약사들은 그러한 치료를 의도적으로 억압했다. 오로지 제약사들에게 수십억 달러 수익을 안겨줄 신약이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지음
홍지수 옮김/엠아이디
676쪽|3만3000원
<백신의 배신>은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게 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책이다. 그는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삼촌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 아버지는 법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F. 케네디다. 원제가 ‘진짜 앤서니 파우치(The Real Anthony Fauci)’인 이 책에서 그는 오랫동안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맡았던 앤서니 파우치를 강하게 비판한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착용, 격리, 거리두기 등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조치였다고 말하며,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도 의심한다. 그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사실조차 부정한다.
‘백신 음모론자’인 저자는 모든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파우치 박사 역시 제약사들과 결탁한 인물로 매도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이버멕틴 등의 약물로 충분히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었는데, 파우치 박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기 위해 이들 약물의 사용을 막았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이 약들이 코로나에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 약들을 코로나19 치료에 쓰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저자는 이런 부분은 책에서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담배를 삼가고, 햇볕을 충분히 쬐고 적정한 비타민D 수위를 유지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즉, 면역력만 높다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2021년 9월 기준 인구 100만명당 사망률이 미국은 2107명인데 반해 중국 3명, 베트남 197명, 핀란드 194명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코로나19 조치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대중이 신뢰했던 기관들은 갑자기 일치단결해 공포를 조장하고, 복종을 강요하고,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며 70억 인구를 줄 세웠으며, 제대로 임상실험을 거치지도 않고 부적절하게 허가된 신약으로 공중보건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600쪽이 넘는 책에서 그는 이런 주장을 되풀이한다. 2021년 11월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백신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과학자들은 저자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저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위험한 책이다. 과학 부정론자가 어떤 주장을 펴는지 참고하는 용도로 읽는 게 좋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