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미식회] 나만 알고 싶은 수원 맛집 4

어느 민족보다 밥에 진심인 한국인을 위해 현지인에게 직접 추천받은 맛집을 한데 모았습니다. 인기 메뉴부터 이용 꿀팁까지, 에디터가 발품 팔아 수집한 알짜배기 정보를 공개합니다.

수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바로 왕갈비다. 그 배경에는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이 있다. 정조가 수원화성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백성의 건강을 염려해 소를 나눠줬고, 자연스레 전국 3대 규모의 우시장이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이후 소고기 유통이 늘며 수원은 왕갈비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갈비가 전부는 아니다.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행궁동 일대 카페부터 수원 토박이라면 모를 수 없는 노포 식당까지, 숨은 맛집이 차고 넘친다.

공무원 추천 맛집, 북문 유치회관

해장으로도, 식사로도 그만인 북문 유치회관 해장국. 사진=박소윤
왕갈비 도시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해장국집. 도가니와 사골을 넣어 푹 우린 맑은 육수에 큼지막한 소갈비, 우거지, 콩나물이 인심 좋게 들어있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충분히 시원하지만, 평소 얼큰한 맛을 선호한다면 청양고추와 다진 양념을 한 스푼 더하길 추천한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공무원에 의하면 현지인은 모를 수 없는 집이라고.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가게를 가득 채운 어르신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백종원이 찾아 유명해진 동명의 가게와는 다른 곳이니 참고할 것.
부드럽고 신선한 선지를 무료로 리필할 수 있다 . 사진=박소윤
신선하고 탱글탱글한 선지를 별도의 그릇에 따로 제공한다. 선지 러버에게도, 선지를 즐기지 않는 이에게도 안성맞춤인 셈이다. 선지와 국물 모두 리필할 수 있다. 곁들이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섞박지, 그리고 옛날식 짠지가 나온다. 개운하면서도 짭조름해 식사를 마친 후 디저트로도 그만이다.

43년 토박이 추천 맛집, 왕대포

거꾸로 달린 간판이 특색 있는 왕대포 외관. 사진=박소윤
화홍문을 등지고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붉은 페인트로 쓰인 ‘왕대포’ 간판이 보인다. 거꾸로 달려 쉽게 찾을 수 있다. 영업시간은 일정치 않으나, 보통 오후 5시 즈음 문을 연다.내부는 더 독특하다. 추억의 달마도부터 도자기, 탈, 불상, 옛 영화 포스터까지, 세월이 켜켜이 쌓인 가게 내부가 시골 할머니 집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선사한다.
허영만 화백이 극찬한 감자전.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사진=박소윤
무엇을 시켜야 할지 고민된다면 허영만 화백이 ‘6성급 호텔 맛’이라 극찬한 감자전을 우선 맛보길 추천한다. 손수 강판에 갈아 바삭하게 구워낸 감자전은 알알이 식감이 살아있다. 한국판 해시브라운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정도. 사장님 혼자 운영해 안주 나오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부드럽고 산뜻한 살얼음 막걸리. 사진=박소윤
찌그러진 양푼 주전자에 찰랑찰랑 넘칠 듯 담겨 나오는 수제 막걸리는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살얼음 동동 띄워 시원하고, 달지 않아 끝맛이 개운하다.

택시기사 추천 맛집, 고등반점

1970년 개업한 50년 전통의 중화요리 전문점. 화교 출신 주방장이 3대째 대물림하며 옛 맛을 고수하고 있다. 한적한 골목에 자리했지만, 중국 요리를 좋아하는 수원 시민이라면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이름난 곳이다. 저렴한 가격 덕에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등반점의 대표 메뉴 간짜장. 사진=박소윤
간판 메뉴는 간짜장이다. 묵직한 춘장 소스에 마늘종을 함께 볶아내는 것이 이 집만의 특징이다. 쫄깃한 면발은 기본에 충실해 군더더기 없다. 여기에 두툼하게 썰린 고기, 양파가 씹는 재미를 더한다.
투명한 소스를 곁들인 탕수육은 깔끔한 감칠맛을 자랑한다. 사진=박소윤
보기 드문 ‘투명한 소스’를 사용하는 탕수육도 별미다. 간장, 케첩, 황설탕을 넣지 않아 깔끔하다. 기본적으로 ‘부먹’ 상태로 제공되지만, 접시를 비울 때까지 본연의 바삭함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50년 노포지만 깔끔한 내부와 주차 시설을 갖췄다. 넓은 매장은 차분한 분위기의 중국풍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룸이 따로 마련돼 단체 회식 장소로도 적합하다.

공무원 추천 맛, 메모리아마넷

북적이는 행궁동 일대에서 잠시의 고요를 찾고 싶다면 메모리아마넷만 한 곳이 없다. 행궁동 중심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한옥의 포근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메모리아마넷 내부. 사진=박소윤
화성행궁 방향으로 큰 창이 나 있어 ‘성곽 뷰’를 바라보며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다. ‘나만 알고 싶은 집’으로 꼽는 현지인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고풍스러운 2층 한옥 건물 곳곳에는 주인장이 하나하나 신경 써 배치한 듯한 소품이 가득하다.
매번 달라지는 라테 아트는 이곳만의 시그니처다. 사진=박소윤
아메리카노, 아인슈페너 등 커피 메뉴와 한옥과 어울리는 대추차, 백향과 에이드, 쌍화차, 가래떡구이 등 전통 메뉴를 고루 갖췄다. 카페에서 직접 만든 수제 오렌지 초코 브라우니는 다크 초콜릿을 사용해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은은한 단맛을 자랑한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