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일촌 만들었는데"…'미미해진 존재감'에 결국 매각

SKT, 'SK컴즈' 삼구아이앤씨에 매각
SK컴즈, 네이트온·싸이월드로 강세
모바일 시대 부적응·개인정보 유출에
이용자 이탈 가속화…싸이월드 매각
SKT, 핵심 사업 집중 위해 매각 결정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트'. 사진=SK컴즈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포털·메신저·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을 주름잡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SK텔레콤의 품을 떠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자회사 SK컴즈를 삼구아이앤씨에 매각하기로 했다. 구체적 규모나 매각 대금은 알려진 바 없다. SK텔레콤은 또 다른 자회사인 F&U신용정보, 손자회사인 SK엠앤서비스를 함께 매각한다. 각 사의 지분 일부나 전량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K컴즈는 2002년 11월 출범했다. SK텔레콤 자회사 '넷츠고', 검색엔진 기업 '라이코스 코리아'를 합병한 것이다. 이듬해 8월 싸이월드와 합병했고 4년 뒤인 2007년 6월 검색 포털 엠파스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SK컴즈는 당시만 해도 국가대표급 서비스를 운영하던 포털업계 강자였다. 토종 포털 네이트는 2001년 10월 출시된 이후 약 8년 만인 2009년 12월 검색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야후를 따돌리고 네이버·다음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면서 국내 포털 시장은 토종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한 3강 체제를 갖추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성을 주도했다. 판은 지금도 화제가 될 만한 사연이나 일상 이야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인기가 높다. 네이트온 역시 한때 '국민 메신저' 자리를 꿰찼다. 외산 메신저인 MSN을 밀어내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2012년 12월 다운로드 횟수 1500만회를 넘어섰다. 2000년대 중후반 국가대표 SNS였던 싸이월드는 '일촌'이라는 지인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약 3200만명에 이르는 이용자 수를 끌어모았다. 개인 취향대로 꾸민 '미니홈피'를 통해 글과 사진을 올렸고 일촌을 맺은 지인들과 소통을 하는 식이었다. '도토리'라는 사이버머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2009년 12월엔 싸이월드 내 총 일촌 건수가 10억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SK컴즈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변화한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영업손실 86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SK컴즈가 내리막길을 타는 결정타가 됐다. 한 해커가 그해 7월 네이트·싸이월드 회원들의 개인정보 약 3500만건을 빼냈던 것이다. 당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중에선 국내 최대 규모였다. 이후 네이트의 검색 점유율은 꾸준히 떨어졌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 조사를 보면 네티으는 더 이상 점유율이 별도로 표시조차 되지 않는다. 0%대 점유율을 나타낸 지 오래다.

싸이월드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외산 SNS에 밀려 존재감을 잃었다. SK컴즈는 2013년 12월 싸이월드를 분사시킨 다음 매각했다.

SK컴즈는 과거 매각이 추진됐지만 불발되기도 했다. 실제 2015년 IHQ에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IHQ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플래닛이 가진 SK컴즈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SK컴즈는 이후 이용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네이트는 국내 포털 최초로 챗GPT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AI챗'을 시범 도입했다.

AI챗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주제·관심사에 관한 정보를 대화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챗GPT와 마찬가지로 정보 검색, 이미지 생성, 번역, 이메일·보고서 작성 등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영문 기반의 챗GPT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AI 기술을 활용해 네이트온의 반등을 노리기도 했다. SK컴즈는 네이트온에 AI챗을 적용해 기능을 향상시켰다. 1대 1 대화방, 단체대화방에서도 AI챗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이트온 이용자 10명 중 1명은 AI챗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SK텔레콤은 통신·AI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SK컴즈를 매각하기로 했다. 삼우가이앤씨는 SK컴즈를 인수해 시장 내 지배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