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사막 장미가 문화적 랜드마크로...카타르 국립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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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동훈의 Digital eXperience아웃룩필자는 카타르의 국경일인 내셔널 데이를 기념하여 카타르 문화부가 주관하고 당사가 제작한 미디어아트 전시 ‘SANA QATAR’를 참관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를 다녀왔다. 12월 10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이번 전시는 카타르의 자연, 역사, 문화유산을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전시 콘텐츠로 구성되었으며, 일평균 5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사막에 피어난 장미,
카타르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Qatar)
특히, 18일 국경일 당일에는 방문객 수가 1만1000명을 넘어서며 일일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하였으며, 카타르 문화부 및 행사 고위 관계자들은 카타르의 문화와 유산이 디지털 미디어와 융합하여 자국민들에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고 호평했다.필자는 이번 카타르 출장 기간에, 카타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카타르의 문화적 랜드마크인 카타르 국립 박물관을 방문할 시간을 가졌고, 이번 칼럼에서는 독자들과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최대한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카타르 국립 박물관은 혁신적이고 몰입감 있는 방식으로 카타르와 카타르 국민들의 독특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이자 박물관청 수장인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Her Excellency Sheikha Al Mayassa bint Hamad bin Khalifa Al Thani)는 다음과 같이 카타르 국립 박물관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카타르 국립 박물관은 카타르의 자랑스러운 정체성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카타르의 역사를 다양하고 세계적인 현재와 연결합니다. 또한, 모든 카타르인의 삶의 일부를 반영하여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을 나타냅니다.”특히, 카타르 국립 박물관은 2008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사막 장미를 모티브로 설계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한 것으로 유명한데, 사막 장미는 소금기가 있는 사막에서 수분이 증발해 형성되는 매우 희귀한 결정체로 카타르에서는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장 누벨은 사막의 장미석을 건축물의 모티브로 사용하면서 아래와 같이 언급하였다.
“Qatar has a deep rapport with the desert, with its flora and fauna, its nomadic people, its long traditions. To fuse these contrasting stories, I needed a symbolic element. Eventually, I remembered the phenomenon of the desert rose: crystalline forms, like miniature architectural events, that emerge from the ground through the work of wind, salt water and sand.”“카타르는 사막의 동식물, 유목민, 오랜 전통 등 사막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이야기를 융합하려면 상징적인 요소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저는 바람, 바닷물, 모래의 작용을 통해 땅에서 솟아나는 미니어처 건축물과 같은 결정체 형태의 사막 장미 현상을 떠 올렸습니다.”
박물관은 사막의 장미처럼 316개의 원형판(disc)이 서로 끼워진 형태로 수직과 수평을 이룬 면이 하나도 없으며, 재료부터 공법까지 매우 까다로운 작업으로 시공을 담당한 현대건설의 결과물에 장 누벨도 크게 놀라워했다고 하니, 현장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들기도 하였다.실내 전시는 총 11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카타르의 반도 형성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공간을 이동하며 관람하도록 기획되어 있는데, 특히, 전시 공간마다 사막의 모래 언덕과 같은 벽면에 도하 영화 연구소가 만든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어 마치 거대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하는 듯한 경험(cinematic experience)을 제공하고 있다.특히, 카타르 역사의 많은 부분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와 전시품을 활용하여 카타르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달하고 있고, 관람객은 오감을 활용하여 카타르의 이야기에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
아라비아 사막에서 걸프만의 바다까지 뻗은 카타르 반도의 자연환경은 카타르 사람들의 문화를 형성하였는데, 다양한 카타르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정보는 전시 공간(Qatar’s Nature Environments)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관람객들에게 전달될 뿐만 아니라 카타르 생태계 보호에 대한 마음까지 생겨나게 하고 있었다.또한, ‘Life in Al Barr(Desert)’라는 전시 공간에서는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의 카타르 사람들의 사막 생활을 관람할 수 있는데, 대형 카페트와 각종 생활 도구를 통해 사막에서의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막 생활 당시 서로 의지하고 살았던 가족과 커뮤니티의 따뜻함과 신뢰 그리고 연대를 느낄 수 있다.카타르의 근현대사 관련한 전시 공간도 있었는데, 석유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 아트와 함께 석유 산업의 태동을 알린 파이프라인이 전시되어 있어 카타르 근대 역사에 석유가 미친 영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현재 카타르는 지역 문화의 세계화를 목표로 ‘카타르 뮤지엄스’라는 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카타르 국립 박물관 이외에 이슬람 예술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을 개관하였으며, 조만간 카타르 어린이박물관, 카타르 자동차박물관 등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또한, 튀르키예를 포함한 중동 전역과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아우르며(참고로, 필자 방문 시에는 파키스탄의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음),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의 양성에도 큰 지원을 하고 있어 앞으로 중동 지역의 문화 허브로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훈 디스트릭트 공동 창업자•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