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혁신의 아이콘인가 독점 괴물인가 [서평]



다나 마티올리 지음
이영래 옮김/21세기북스
532쪽|2만9800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AP연합뉴스
2017년 27세의 법학대학원 학생 리나 칸이 ‘예일법학저널’에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96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아마존이 소매업체를 넘어 클라우드, 물류, 미디어, 광고, 신용 대출 등을 아우르는 “21세기 상거래 업계의 거인”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가 이하의 가격 정책으로 이윤을 적게 남겨 반독점 조사를 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입소문을 탔다.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등 정치인들이 읽고 아마존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2021년 칸은 서른두 살의 나이로 연방거래위원회(FTC) 최연소 위원장이 됐다.

친기업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곧 대통령이 되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트럼프는 “빅테크가 수년간 난폭하게 행동하며 우리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에서 경쟁을 억눌러 왔다”고 말해왔다. 부통령 J.D. 밴스는 지난해 10월 임기가 끝난 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전쟁이다>는 ‘독점 괴물’로 변한 아마존의 모습을 다룬 책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프 베이조스의 무자비한 확장 야심과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책을 쓴 다나 마티올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다. 2019년 아마존 담당 기자가 된 후 아마존의 참모습을 깨달은 그는 6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수백 페이지의 내부 문서와 이메일을 분석해 이 책을 썼다. 기밀 유지 계약에 묶인 17명의 아마존 핵심 임원들과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미국엔 “아마존 됐다(to be amazed)”라는 말이 있다. “아마존이 당신 사업 영역에 진출했으니, 당신에게 남은 것은 망할 일뿐이다”라는 뜻이다. 책은 아마존이 세금을 회피하고, 파트너를 착취하고, 경쟁자를 모방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가능한 모든 것을 추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미국 식료품 업체 트레이더스 조도 피해자다. 아마존은 2016년 ‘위키들리 프라임’이란 브랜드로 팝콘, 캐슈넛, 쿠기 등 간식을 팔기 시작했다. 내부 목표는 트레이더스 조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낵 품목 200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트레이더스 조는 오프라인만 물건을 판다. 어떤 품목이 인기 있는지 온라인 사이트를 보고 알기 어렵다. 그래서 아마존은 트레이더스 조 직원을 데려왔다. 문제는 채용 면접 때 어떤 일을 시킬지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그에게 트레이더스 조 베스트셀러 제품 정보를 내놓으라고 닦달했다. 거부하자 압박은 더 거세졌고, 직원은 트레이더스 조 근무할 때 갖고 있던 문서 중 일부를 아마존에 넘겨야 했다. 아마존은 판매 데이터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각 제품에 대한 마진도 공유하라고 윽박질렀다. 직원은 눈물을 터뜨리면서도 마진 데이터를 넘기길 거부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런 일에 불편함을 느끼고, 아마존 법무 부서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그 직원들이 해고당했다.

아마존은 2009~2010년엔 기저귀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 상대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다이퍼스닷컴이었다. 아마존은 처음엔 다이퍼스닷컴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이후엔 자사 기저귀 가격을 30% 인하하며 공격했다. 결국 다이퍼스닷컴은 어려움에 처했고 아마존에 인수됐다. 이 회사 설립자 마크 로어는 아마존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월마트에 들어가 전자상거래 부문을 이끌며 아마존에 맞섰다.

이런 사례가 책에 숱하게 등장한다. 수익이 나는 곳치고 아마존이 눈독을 들이지 않는 분야가 없다. 베이조스는 “당신의 마진은 나의 기회”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책은 아마존의 이해 상충 문제도 지적한다. 아마존은 다른 업체를 위한 상점으로 활동하면서 자체 상품도 판매한다. 아마존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면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모방해 판매할 위험이 크다. 아마존과 거래를 위해서도 벤처 투자를 받기 위해 만난 기업가들은 아마존이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고 털어놓는다. 아마존을 너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부분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생각할 때 아마존이 여러 산업에서 달성한 것,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