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작품으로 … 소외되고 누락된 사람들과 마주하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김성환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2025년 3월 30일까지

김성환/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 '머리는 머리의 부분' (2007)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는 이 문장이 적힌 포스터거 크게 걸렸다. 의미가 무엇인가 해석하기 이전에,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조차 헷갈리는 문구다.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 문장은 하와이 원주민들이 쓰는 하와이어와 한글 표음을 병치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관객이 읽기도 어려운 문장을 자신의 개인전 제목으로 내건 작가가 있다. 하와이와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을 펼치는 작가 김성환이 그 주인공이다. 아무런 뜻이 없는 글자의 조합처럼 보이는 전시 제목엔 올해 49세를 맞은 한 남자, 김성환의 인생이 담겨 있다.

스스로가 작업을 펼치며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되는 하와이와 작가의 뿌리이며, 전시가 열리는 대한민국을 전시 제목을 통해 하나로 이어놓은 것이다. 부제 '그가 그에게 배웠다. 그에 의해 가르침을'를 붙이며 그가 작업 인생 내내 고민해 온 '앎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말한다.

작가 김성환.

김성환은 한국 관객들에겐 다소 익숙하지 않은 작가다. 해외 활동에 비해 국내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점차 이름을 알린 그는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해외 관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그런 김성환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서소문본관 2~3층을 모두 내어줬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대형 전시를 열어준 셈이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한국 작가를 조명하는 연례전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로써 김성환은 2021년 이불, 2022년 정서영, 지난해 구본창에 이어 서울시립미술관서 연례전을 여는 4번째 작가가 됐다.

김성환/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 '게이조의 여름-1937년의 기록' (2007)

김성환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기억'과 '역사'다. 그는 건축과 영화, 음악과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사회적 구조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심리, 기억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김성환을 세계적 작가로 만들어 준 작품은 '표해록'. 그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몰두하고 있는 연작이다. 지식과 제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이 시리즈는 평면 작품부터 설치작,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관객에게 소개됐다.

작품 '표해록'은 근대화와 식민 지배를 겪은 구한말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시대 태평양에서 살아갔던 한인 이민자의 삶을 다룬다. 역사를 기록할 때 누락되고, 또 소외됐던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 작품이다.

김성환, 'By Mary Jo Freshley 프레실리에 의(依)해' (2023)

이번 전시에서는 '표해록'의 새 시리즈 '무제'가 공개됐다. 2021년과 2023년 작품에 이은 3번째 연작이다. 이번 신작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미완성인 채 관객에게 전시됐다. 김성환은 내년 2월과 3월 전시장에 상주하며 다른 제작자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전 '표해록' 연작을 통해 발표된 두 편의 비디오 작품들도 관람할 수 있다. 2021년작 '머리는 머리의 부분'과 2023년에 발표된 'By Mary Jo Freshley 프레실리에 의(依)해'는 오직 내년 2월부터 3월 초까지 마련된 스크리닝 프로그램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2023년 작품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작업이다. 전시는 2025년 3월 30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