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성과급커녕 책상 빼라니…"결국 내 차례 왔구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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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실낱 희망마저 꺾였다"…눈물의 '희망퇴직'“실물 경기가 꺾이면서 그나마 살아날 기미가 보이던 소비 심리가 다시 위축돼 유통업계가 직접 영향을 받았다.” 홈플러스가 지난 27일 밝힌 희망퇴직 시행 이유다. 경기 불황 장기화에 못 버티고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연말 특수는커녕 계엄·탄핵 후폭풍에 소비심리 '꽁꽁'
"버티기 실패"…유통가·면세업계 잇따라 감원 '칼바람'
2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 대상자는 부울경 점포 소속 10년 이상 근속 직원으로, 희망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월 평균급의 18~20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회사 측은 “이번 희망퇴직은 부울경 지역 인력수급 불균형이 점차 심화된 탓에 해당 지역의 조직 체질 개선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자발적인 희망퇴직 신청자만 대상으로 하며 추가 희망퇴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정치·사회적 불안정에다 환율 급등, 내수 부진 심화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연말 특수마저 여의치 않자 결국 인력 감축에 나섰단 얘기다.한국은행이 이달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보다 12.3포인트 뚝 떨어져 88.4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장기 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비관적이란 뜻인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12.6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CCSI의 세부 6개 지수 가운데 ‘현재 경기 판단’ 52, ‘향후 경기 전망’ 56으로 전월 대비 크게 악화(각 –18포인트)했다.이처럼 소비 심리가 얼어붙자 12월 들어 희망퇴직을 단행한 업체만도 여럿이다. “창사 이래 첫 사례” 또는 “한 해 두 차례”란 수식어가 줄기차게 따라붙을 정도여서 유통업계가 체감하는 위기 의식은 심각하다.
이마트는 지난 6일 희망퇴직 시행을 공지하고 23일까지 신청을 접수했다. 올해 3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은 지 약 9개월 만에 또 한 번 칼을 빼든 것이다.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 밴드4(대리)~밴드5(사원) 인력 중 근속 10년 이상 직원이 신청 대상으로 법정 퇴직금과 함께 월 기본급의 20~40개월치를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근속연수별 생활 지원금 1500만~2500만원, 직급별 전직 지원금 1000만~3000만원을 추가로 주는 조건이었다.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 또한 올 6월 사상 첫 희망퇴직에 이어 이달 13일부터 2차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6일까지 접수 받으며 6개월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2020년 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출범한 롯데온은 매년 1000억원 안팎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3분기까지 6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근속 2년 이상 직원부터 신청받을 만큼 안 좋은 상황으로 알려졌다.LG생활건강 자회사 코카콜라음료는 지난달에 1971년 이전 출생 영업·물류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게 뒤늦게 알려졌다. 역시 2007년 LG생건 인수 이후 첫 희망퇴직이었다. 회사 측은 “인력 정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연령별로 6~24개월치 기본급을 퇴직 일시금으로 주고 자녀 학자금도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환율 영향을 직접 받는 면세업계도 마찬가지.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 선포에 이어 8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신세계면세점 운영사 신세계디에프 역시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업계에선 “안 그래도 중국 수요 둔화로 어려운데 계엄·탄핵 후폭풍에 급등한 환율이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