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뱃돈,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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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2024년도 저물어 간다. 이맘때가 되면 학부모들로부터 세뱃돈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자녀에게 매주 혹은 매달 정해진 용돈을 주고 관리시키고 있는데, 세뱃돈으로 자녀에게 갑자기 큰 금액이 생기니 어떻게 관리하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실제로 학교에서도 설 연휴가 끝나면 아이들끼리 ‘너는 얼마 받았냐, 나는 얼마 받았다’는 얘기를 주고받는다. 친척이 많은 경우가 유리하다. 세뱃돈으로 100만원 넘게 받았다는 아이도 있어 무척 놀란 적이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날 수 있는 어른이 몇 명이니 얼마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 수입을 계산한다.
세뱃돈에 대한 어른과 아이의 관점은 다르다. 설날 인사를 올리는 아이들이 반갑고 예쁘니 용돈도 주게 된다. 금액은 당연히 주는 어른들이 정하는 게 맞다. 그런데 간혹 아이들은 기대보다 적은 금액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가 벌써 돈을 밝힌다고 당혹스러워한다. 아이에게 그 자리에서 금액을 바로 확인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갑자기 큰 금액의 세뱃돈을 받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아껴 쓰고 모으던 행동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비정기적 용돈은 반드시 다른 통장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세뱃돈을 부모님이 맡아준다며 돌려주지 않아 속상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아이들끼리 “부모님께 맡기면 안 된다, 세뱃돈은 실컷 쓰는 게 최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비정기적 용돈을 따로 모아두는 자녀 이름의 통장을 만들어 입금하고, 그 자리에서 통장을 바로 보여주는 게 좋다. 요즘은 비대면으로 미성년 자녀 통장을 만들 수 있는 은행이 늘어서 모바일로 간편하게 개설할 수 있다. 자녀 이름으로 은행 자유적립식 적금을 개설해 입금할 수도 있다. 입금하면서 ‘2025년 할머니 세뱃돈’이라고 통장에 기록해주면 좋다. 추억도 되고 자녀 증여 금액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해준다. 자유적립식 적금에 넣었다면 이자율이 높지 않으니 어느 정도 모이면 정기 예금에 예치하거나 일부는 투자하는 것도 좋다. 증권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요즘에 주식 투자는 1주 단위가 아니라 1만원어치도 가능하다. 금액에 맞춰서 0.1주, 0.01주를 살 수 있고, 채권도 1만원어치부터 살 수 있다.
저축과 투자 모두 좋다. 중요한 건 세뱃돈을 정기 용돈과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뱃돈은 조부모와 친척 어른들이 손주와 조카에게 전하는 사랑이란 걸 자녀에게 알려주자. 그 사랑은 훗날을 위해 저축하자고 설득하고 지켜주자. 미래에 자녀가 커서 통장 내역을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들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느끼며 뿌듯해할 것이다